[시론] 챗GPT 1년…커지는 인간의 위기

입력 2023-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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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 밀리면 도태 ‘위기’ 고조
수익+편리성 결합해 치열한 경쟁
전문가들 불안…규제·통제 절실해

2022년 11월 30일은 인류 기술진보 역사상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챗GPT가 세상에 출현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만 1년이 지난 지금 실리콘 밸리는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의 대기업들은 물론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 이른바 첨단 기술공룡 기업들도 앞다퉈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실리콘 밸리는 잠 못 이루는 도시가 됐다.

전기나 증기기관차, 자동차 발명에 버금가는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 기업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지각변동이 또다시 시작됐다.

챗GPT위기를 가장 먼저 직감한 기업은 구글. 검색엔진이 사업 생명인 구글로서는 당장 클라우드와 검색, 기타 제품에 챗봇과 인공지능(AI)기능을 추가하는 긴급 수습책을 내놨다. 당시 소리를 인식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사람처럼 채팅을 하는 시스템, 즉 AI기술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었다. 다만 이 기술이 야기할지 모를 부작용과 법적 혼란을 염려해 주저하고 있었을 뿐. 그러나 챗GPT가 출시되자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다. 그간의 모든 우려와 근심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직 파괴와 혁신이 화두였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모든 기술개발 인력을 끌어모으고 조직을 개편했다. AI 기술개발에서 밀리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실리콘밸리를 지배했다. 오픈AI를 공동 창업한 바 있는 일론 머스크는 자신만의 AI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 조직을 AI중심으로 개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즉 주위를 돌아보지 말고 개발에 속도를 내라고 기술팀에 박차를 가했다.

사실 메타는 챗GPT가 나오기 3개월 전에 자체 챗봇을 출시했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잘못된 정보를 내보내는 바람에 저커버그조차 “소름 끼친다”고 할 정도였다. 11월 챗GPT 출시 2주 전에도 과학연구와 논문용 챗봇을 내놓았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후 1년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매달리다 뒤늦게 “인터넷에서 나를 대신해 일을 해 줄 비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제네시스라는 AI기반 봇을 개발했으나 또다시 법률팀의 반대에 부닥쳤다. 정치인들로부터도 예견되는 부작용에 대한 해명 요청도 쇄도했다. 지난 2월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챗봇을 발표하기 전 이를 안 구글이 챗봇 바드를 먼저 선 보이는 김빼기 작전을 폈으나 구글의 완패로 끝났다. 오류가 발견되는 바람에 주가가 8%가량 빠졌고, 순식간에 시가총액 1000억 달러가 날아갔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챗봇 발표 직후 주가가 5%나 올랐다.

다급해진 구글은 2000여 명의 연구원을 모아 제미니라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투입했다. 인공지능의 ‘대부’ 조프리 힌튼 박사까지 총동원해 개발에 박차를 가했으나 또다시 실패했다.

사활을 건 첨단기업들의 AI 개발전쟁을 전문가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 배기가스가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킬 것이라는 걸 뒤늦게 알긴 했지만, 내연기관의 발명이 인간의 운명을 위협할 것이란 걱정 따윈 없었다. 그러나, 챗GPT로 인해 촉발된 지금의 개발 경쟁은 관계자들조차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기술자들 사이에선 식사 자리에서 AI로 인한 파멸 가능성을 몇 %로 보느냐는 농담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5%에서부터 50%까지 다양하다. 인공지능의 천재 조프리 힌튼은 제대로 규제되지 않고 이대로 가면 30년 내에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이 10%쯤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과 편리해지고 싶은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AI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하거나 파멸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결코 영화적 상상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규제와 통제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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