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시장논리 사라진 금융권 역차별

입력 2023-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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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서 제외됩니다.”, “고신용자라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될 것 같네요.”

최근 금융권에서 신용이 좋은 고신용자가 역차별을 받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은행권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12월 한 달간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의 경우는 예외다. 신용등급이 높은 고신용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한다.

고신용자 역차별은 금리산정 시에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중저신용자와 고신용자 대출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중저신용 대출 금리가 연 4.1%인데 고신용 대출 금리는 연 6.99%다. 고신용자가 저신용보다 금리가 2.89%포인트(p) 높다. 카카오뱅크도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연 4%를 밑돌고 있지만 고신용자 대출 금리는 연 5.3%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고신용자에게는 일일 한도가 제한돼 있어 고신용자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고신용자 역차별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유는 있다. 주금공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는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중저신용자에게 혜택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금리 역전 현상은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을 달성하기 위한 회사들의 전략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채무 가능성이 적고, 평소 신용관리를 잘한 고신용자는 각종 혜택에서 제외된다. 매달 대출이자, 카드값, 통신비를 꼬박꼬박 납부해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금융권 역차별은 직업군 간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내달 발표될 약 2조 원 규모의 은행권 상생금융 ‘시즌2’의 지원 대상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지원 대상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특정 계층에 한정되면서 월급이 통장을 스치듯 지나가는 회사원들은 억울하다.

시장논리가 사라진 금융권은 시급히 정상화돼야 한다. 비정상이 뉴노멀이 된다면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내는 선량한 대다수 일반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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