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스테이블코인, 국제적 네트워크 갖출 시 통화주권에 부정적”

입력 2023-12-15 10:28 수정 2023-12-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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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2023 MOEF-BOK-FSC-IMF 국제컨퍼런스’ 참석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지급수단 안착 시 중앙은행 화폐 구축할 수도”
“CBDC 도입 논의, 미룰 수 없는 시급성 지닌 중요 과제”

(한국은행)
(한국은행)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스테이블코인이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처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에 의해 발행된다면, 국가 간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2023 MOEF-BOK-FSC-IMF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CBDC 도입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성을 지닌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대중화가 될 경우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혁신에 관심이 높은 한국 청년들의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0 등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CBDC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며 “규제를 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은 그 이름과는 달리 가치 측면 등에서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중앙은행의 화폐 등을 구축(crowding out)할 경우 금융시스템이 과연 안정적으로 움직일지 의문”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아가 화폐 발행 주조차익과 통화정책 수행 방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테스트 분야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실거래 테스트’, 가상으로 기술을 구현하는 ‘가상환경 기술 실험’ 두 가지로 진행한다.

이 총재는 “(파일럿) CBDC를 통해서 화폐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부여해보고, 프로그래밍 기능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과 문제점들을 테스트해보려고 한다”며 “프로그래밍 기능을 잘 활용하면 현재 복잡한 거래의 실시간 즉시 결제와 모든 자산에 대한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s)가 가능진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거래 상황을 다루는 스마트계약을 마치 ‘머니레고’처럼 하나로 묶어서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러한 프로그래밍 기능을 은행의 예금 토큰에 적용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화폐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직접 부여할 경우 어떤 프로그램이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지는 화폐의 단일성 훼손 문제를 막기 위함”이라며 “예금 토큰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은행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총재는 파일럿을 진행하는 이유로 CBDC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은행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를 피할 수 있

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만일 범용 CBDC를 발행하게 되면 예금이 CBDC로 이동하면서 은행의 금융 중개 및 신용 창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파일럿에서는 은행으로 하여금 예금 토큰을 발행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통화시스템의 2계층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지털 통화의 혁신적인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새로운 지급결제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비은행 등의 참가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할 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이번 파일럿에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일단 규제수준이 높은 은행의 참가만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CBDC를 100% 담보로 하여 발행되는 이머니 토큰이나 별도원장(satellite ledger)에서 발행되는 특수 지급토큰의 경우에는 비은행 등이 참여하기를 희망할 수 있고, 이는 비단 CBDC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은은 신속자금이체시스템(fast payment system)과 같은소액지급망의 자금 결제방식을 지금의 이연차액결제(DNS) 방식에서 실시간총액결제(RTGS) 방식으로 전환하는 결제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고객 앞 자금 지급과 금융기관간 결제를 동 시에 완료하여 신용리스크가 감축되는 만큼 결제시스템의 참가 범위를 비은행 등으로 유연하게 확대하여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며 “비은행 의 지급결제시스템 참여와 관련해서는 경쟁 제고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비은행 참가에 따라 결제리스크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참가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2단계 파일럿에서는 통화원장과 별도원장(satellite ledger)을 연계하는 기술실험도 진행한다”며 “향후 통화 플랫폼인 통화원장과 자산 플랫폼인 별도원장을 실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 제도, 거버넌스 등에 대한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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