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사내하청 ‘도급 2.0’으로 전환을

입력 2023-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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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원청업체까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노조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지난 12월 1일 대통령의 거부권행사 후 12월 8일 21대 정기국회 마직막 본회의에서 재표결 결과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의 개정내용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급의 문제와 이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 등에 대해 성찰해봐야 하는 중요한 화두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관리역량·기술력 갖춰 원청 수준 올라야

지속적인 사내하청의 증가, 파견·도급기준의 법제화,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기조, MZ세대의 권리의식 향상 등 사내하청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변화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수십 년간 운영되온 도급 1.0 체계를 이제는 도급 2.0 체계로 반드시 전환해야 하는 시점임을 가리키고 있다. 사내하청 전체 기업은 아니지만 그간의 도급 1.0 체계는 하청 매출 대부분이 원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 상당수 임원이 원청 출신이며 영세한 하청구조상 관리역량이 부족한 결과 원청이 하청 운영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 문제를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도급업무가 원청과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거나 형식적인 물량단가 계약으로 인해 도급계약이 부인되는 법률적 문제도 엄연히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에 사내하청을 유지하는 기업에 소위 도급 2.0 체계로 전환해야 하고, 이에 대해 구체적 방안으로 아래 4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하청 사업의 실체가 원청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소규모로 분리되어 있는 하청은 향후 대형화 등 인적 요소를 확대하여 관리역량 및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력을 원청을 능가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하청 자체 설비, 장비, ERP 시스템 등 고유의 업무시스템도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도급다운 계약의 특성을 갖취야 한다. 원청과 명확하게 분리된 독립 업무를 입찰 등을 통해 하청을 선정한 후, 원청은 정기적인 물량발주 및 도급업무 완료에 대한 검수만 수행할 뿐 하청업체 자체로 업무량, 업무일정 등을 계획하고 수행한 도급업무의 실적을 스스로 집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 원·하청 간 실질적인 물량단가 도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실제 수행한 도급물량 실적을 기준으로 도급비를 지불하는 물량단가 계약을 체결하고, 하청 스스로 도급업무 수행에 필요한 부품·소모품 등을 직접 조달하며, 독자적인 정기 사업계획 수립 및 실질적 회계 계정 편성이 가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청의 자체 업무역량이 강화되야 한다. 인사·재무·기획 등 관리역량, 업무매뉴얼·작업지침 등 업무전문성, 교육훈련·품질개선 활동 등을 통한 자체 기술력 강화가 필요하다. 상기 4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도급 2.0 체계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사내하청은 법률적으로도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원청의 성장동력을 감소시키는 리스크이므로, 원청의 지속적인 성장과 사업유지를 위해서는 오직 직접고용만이 유일한 해결방안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사내하청, 경제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

또한 도급 2.0으로의 전환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현장의 안전관리와도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는 사안이므로 하청 인력의 안전관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사항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30년 가까이 광범위하게 확대된 사내하청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시키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점진적이나마 격차를 축소하고 전문성 및 기술력을 갖춘 경제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원·하청 모두 고정된 인식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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