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괴물엄마’의 탄생

입력 2023-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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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은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하여 삼십대 후반에 어렵게 득남을 하였다. 힘든 육아에 시달리면서도 각종 육아,심리학 서적을 독파하고, 틈틈이 교육 강좌에 참석하며 자녀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열혈 엄마였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활동량이 많고, 부산스러워,점점 힘에 부쳐 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자주 싸우고, 수업중 딴 짓을 하며,자리를 이탈하는 일이 자주 있었고, 하원시 동반된 가정 통지서에는 그의 악행(?)이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영리한 아이는 한 학기도 안되서 선생님에 대한 파악을 마쳤다.

선생님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하면 안 돼요.’라는 말 외에 나를 제제할 수단이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하교 후 학원에서 선행학습과,체육,미술 학원을 다니느라 힘들었기 때문에 학교는 그의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장난을 마음껏 칠 수 있는 놀이터였다. 별 뾰족한 제재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한 담임 선생님은 결국 매일 M에게 편지로,전화로 하소연할 뿐 다른 방법이 없었다. M은 그럴 때마다,선생님에게 사과하고, 집에서 주의를 주겠다고 하였고, 아이를 혼냈으나, 학교 생활에서의 행동은 개선되지 않았다. M은 점점 선생님의 글과 문자 메시지,전화를 받는 것이 꺼려지고, 두려워지기까지 하였다. 그런데,시간이 지나면서 두려움과 불안,죄송한 마음은 분노와 피해 의식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아이들 생활 지도를 어떻게 하는 거에요? 선생님이 제 아들에 대해 편파적인 선입관을 갖고 계신 거 아니에요?”

어느날, M은 태세를 바꾸어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크게 화를 내었다. 선생님은 당황하시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였고, 그 뒤로 귀찮은 연락은 오지 않았다. M은 점차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편애하고, 제대로 지도할 능력도 없구나.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그 탓을 돌리고 있어.”

그 후, 그는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해 분이 풀릴 때까지 분노를 쏟아내곤 하였다.

이상은 상담하면서 내가 겪은 여러 사례들을 추출하여 만든 가상의 학부모 이야기이다. M을 소위 ‘괴물엄마’가 되도록 몰아 붙인 원인은 무엇일까? 교사들의 훈육권을 봉쇄해 버린 ‘학생인권조례’탓일까? 아니면, 외자녀에게 과도한 사랑을 쏟으면서, 규칙과 질서에 대한 교육은 배제한체, 학업만 강조해온 부모들의 탓일까?

면담을 거듭할수록 학교와 가정, 이 두 요소의 합작품이 이루어 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학교,어느 선생님이 학부모의 갑질에 시달려 운명을 달리 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교사와 학부모,학생들도 같이 열린 대화를 하여 이를 헤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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