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의협의 몽니, 명분이 없다

입력 2023-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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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설문하고도 투표율·결과 모두 비공개
저조한 투표율 전체 의사 왜곡 ‘대표성’ 의문
국민 볼모 이기주의 거두고 대승적 해법 찾길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의사단체가 다시 한번 ‘몽니’를 부릴 태세다. 집단휴진 등 강경 투쟁을 예고하면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7일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하며 거리 집회를 열었다. 의협은 이날 “일방적인 의대 증원은 의료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진료 거부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파업(집단휴진)과 함께 거리 집회를 했던 5월 초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그러면서도 의협은 이날 자정까지 마감한 ‘의대정원 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의협은 애초에 비공개라고 밝혔다고 설명한다. 정부와 대화가 잘 안 되면 총파업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회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었고 당분간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면서 정부와의 대화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설문을 진행하고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여러모로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설문결과 비공개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결과가 공개되었을 때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부담스러워 한 것 아닌가 싶다. 결과가 총파업 반대표가 더 많아서 공개하지 않는 것인지도 의심된다.

더구나 투표율 자체도 저조하다면 회원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지, 그 대표성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의협 회원 의사 수는 13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 때 집단휴진으로 이어졌던 파업투표율은 약 23%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투표율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20~30% 수준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의협의 이번 조사는 회원들에게 총파업 찬반을 묻는 것으로, 이처럼 투표율이 저조하다면 일부 강경파의 의견이 전체 의견인 양 변이되는 오류가 생긴다. 성·연령·지역별로 표본을 추출하는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다르다는 점에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협은 비공개 투표결과를 대정부 협상카드로 두면서 총파업을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의협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에 여론은 싸늘하다. 의협이 거리 집회를 하던 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93.4%는 필수진료과 의사 부족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89.3%는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85.6%가 의협의 진료거부 등 집단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의대 증원의 결정권이 의협에 있다”고 동의한 의견은 10.5%뿐이었으며, 87.3%는 “국민과 정부가 의대 증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한 의사단체 측 인사는 “인구감소로 대한민국이 곧 소멸한다는 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는 정부가 참으로 한심하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논거가 부족하다. 인구절벽만 보고 고령화로 인해 급증한 의료 수요와 지방 의료 부족 실태를 간과한 때문이다.

의협은 회원인 의사들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사라는 직역의 특성을 따질 때 여타 이익단체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투명성도 확보하지 못한 총파업 투표는 명분이 없고 파업 동력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볼모로 직역 이기주의에만 매몰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게 뻔하다. 의협이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듯이 필수 의료인력 부족, 지역 간 의료 격차 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대승적 차원에서 해법 찾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matth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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