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넘어지고, 음주운전 사고 내도 '산재 신청…부정수급 60억 원 적발

입력 2023-12-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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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 발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병원 근로자 A 씨는 집에서 넘어져 다쳤음에도 병원 관계자에게 사무실에서 넘어진 것으로 산업재해 처리를 부탁하며, 공단에 거짓으로 진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요양을 신청해 5000만여 원을 수급했다. 배달업무 종사자인 B 씨는 배달 중 넘어지는 사고로 요양을 신청해 1000만여 원을 받았으나, 조사 결과 업무와 무관한 음주운전 중 발생한 사고로 확인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국정감사와 언론보도에서 질병을 중심으로 한 일병 ‘나이롱 환자’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자 산재보험 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였다. 애초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1개월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감사 기관을 이달 말까지 1개월 연장했다.

고용부는 부정수급 신고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고용부가 자체 인지한 320건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를 완료한 178건(55.6%) 중 117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액은 60억3100만 원이다.

주요 유형은 재해자 단독 또는 사업자와 공모를 통해 사적으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 중 다친 것으로 조작해 산재를 신청한 사례다. 장해등급을 높이기 위해 장해상태를 과장한 사례, 요양 기간에 휴업급여를 받으면서 경제활동을 한 사례 등도 다수 확인됐다.

사고 조작 외 주요 사례를 보면, C 씨는 추락에 의한 골절 등 상병을 진단받고 제1급 제8호(척수손상으로 양하지 완전마비)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C 씨가 혼자 걷는 것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접수됐고, 조사에서 전동 휠체어에서 일어나 혼자 걷는 것이 확인됐다. D 씨는 일당을 조작해 휴업급여의 기준인 평균임금을 높이고, 요양 기간에 사업을 계속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아울러 고용부는 적발 금액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장기요양환자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요양 환자는 전체 산재 환자의 47.6%, 1년 이상은 29.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고용부는 근로복지공단에 장기요양환자에 대한 진료계획서를 재심사하도록 했다. 공단은 현재까지 419명에 대해 요양을 연장하지 않고 치료종결을 결정했다.

장기요양 배경에 대해 이 장관은 “재해자 입장에서는 산재 승인이 될 경우 경제적 보상이 상당해 직장 복귀보다는 요양 기간을 늘리고자 하는 유인이 훨씬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감사 종료 후 산재보험 부정수급을 예방하고 바로잡기 위한 현장감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성실히 일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해 도움이 필요한 근로자들이 이른 시기에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직업 재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이를 위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산재보상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고, 산재보상 제도가 공정과 상식에 맞게 운영되도록 철저히 관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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