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LG전자 법인세 소송…대법 “과세처분 위법”

입력 2023-12-20 11:50 수정 2023-12-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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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LG 패소’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68억 취소해야”

‘LG노텔 우선주 유상감자 대금’ 법적 성격 쟁점

과세청 ‘사업양도대금’ vs LG ‘수입배당액’ 맞서
1심, LG 측 손 들어줬지만…2심서 ‘패소’ 뒤집혀
“조세회피 분명치 않으면, ‘실질과세’ 적용 불가”

LG전자가 북미지역 캐나다 합작 투자로 설립한 LG노텔(현 에릭슨LG)로부터 우선주 유상감자 대금으로 받은 798억 원에 대해 과세관청이 부과한 법인세 약 110억 원 중 68억 원은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과세 청이 주장하는 조세 회피 사정만으로 형식과는 다른 실질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실질 과세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향후 과세관청 과세 실무와 하급심 판단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평가된다.

▲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 제공 = LG전자)
▲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 제공 = LG전자)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LG전자가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에 대한 법인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LG전자는 2005년 8월 캐나다 회사 노텔네트웍스와 합작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LG노텔을 설립했다. 이어 네트워크 사업 부문 전부를 LG노텔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양도하고 3044억1600만 원 상당의 대가를 받았다.

이와 별개로 LG전자는 노텔네트웍스와 우선주 약정을 체결한 뒤 2007~2008년 LG노텔로부터 총 797억7400만 원을 받았다. LG노텔이 일정 실적을 달성하면 LG전자가 소유한 우선주를 LG노텔에 환매하고, LG노텔은 이에 따른 감자대금을 지급해 우선주를 소각한다는 계약에 따른 이행이었다.

실제 LG노텔은 2006년과 2007년 국내 매출액이 우선주 약정에서 정한 기준 목표액인 4800억 원을 각각 초과하는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이렇게 받은 798억 원의 법적 성격을 놓고 LG전자와 과세 청 의견이 갈렸다. 영등포세무서는 전체 금액을 ‘사업양도대금’으로 판단, LG전자에게 법인세 109억여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를 배당액으로 봐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한 정당 세액은 약 41억 원으로 이를 넘어서는 법인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맞섰다.

법인세법은 법인 단계의 소득금액에 대해 ‘법인세’를 과세하고, 이후 그 소득금액이 주주들에게 배당될 때에 다시 주주 단계에서 ‘법인세(법인 주주의 경우)’를 과세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중과세(배당소득에 대한 누적적 과세) 문제를 해결하고자, 배당소득 가운데 일부를 익금불산입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1심 법원은 LG전자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하면서 결론이 뒤집혔다. 2심은 “실질적으로 LG전자가 조세 회피를 주된 목적으로 네트워크 사업부 사업양도 대금으로 금원을 수령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익금불산입 대상이 되는 수입배당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항소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 의사, 우선주 유상감자 목적과 경위 등 거래 전체 과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사업양도대금에 대한 법인세를 회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우선주 유상감자 대금’ 외관을 만들어 내어 798억 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 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등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한 67억7300만 원에 달하는 법인세 부과 처분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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