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재판장 한정석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03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대한민국 정부는 원고들 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아동이었고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배상이 약 35년 이상 장기 지연됐고 그 사이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로 객관적 증거가 소실된 점 등을 고려해 수용기간 1년당 8000만 원의 위자료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후유증이 있을 경우 1억 원 내에서 위자료를 가산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금액 203억 원 중 145억8000만 원이 인용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부터 1992년 8월까지 32년 동안 운영된 해당 시설에 경찰 등 공권력이 지목한 부랑인 등을 강제수용한 내용이다. 수용자들은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노출됐다.
1975년 부산시가 형제복지원과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맺은 뒤 1986년까지 11년 동안 입소한 사람만 3만8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지난 8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975년부터 1988년까지 사망한 사람은 657명이다.
당시 정부는 내무부훈령 제410호에 따라 부랑인 단속과 강제수용을 실시했는데, 재판부는 이 훈령이 법률유보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 등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수용자를 피해자로 인정해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