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률 70~80%...외국인이 전체의 절반
2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오니 한 눈에 들어온 ‘교촌필방’. ‘붓을 당기면 문이 열립니다’라는 안내문에 따라 벽에 달린 커다란 붓을 아래로 당기니 스르륵 입구가 열렸다. 다채로운 붓과 먹, 한지 등으로 꾸며져 서당을 닮은 이곳은 교촌치킨의 플래그십 매장이다. 교촌필방에선 치킨과 오마카세(셰프에게 모든 걸 맡기는 특선 요리)를 결합, 이른바 ‘치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
치마카세는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흔한 ‘치맥(치킨과 맥주)’ 조합 대신 닭 요리를 보다 풍성하게 선보이기 위해, 교촌치킨이 올해 6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선보인 메뉴다. 다만 일각에서 치마카세의 ‘가성비’ 등을 문제삼자, 3개월간 재정비를 거쳐 10월 재개장했다. 기존 5만9000원에서 7만 원으로 가격을 18% 올렸으나, 인테리어부터 메뉴까지 ‘질’을 높였다.
매장 내 장식장 벽을 밀자,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고요하고 어둡다는 뜻의 ‘묵암(嘿暗)’ 콘셉트 인테리어로, 고객이 음식에만 집중하게 했다. 벽 곳곳의 돌은 교촌의 변하지 않는 맛을 상징했다. 메뉴도 기존 일식 스타일에서 업그레이드 해 한식과 양식 등 장르의 변주가 화려했다. 이런 노력은 고객의 예약률로 보상받았다. 현재 교촌필방의 치마카세 예약률은 70~80%이며, 특히 K치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 예약률의 50%에 달한다.
교촌필방 치마카세의 메뉴는 토종닭과 육계 특수 부위를 활용한 8가지 코스 요리, 모두 10가지 요리로 구성된다. 셰프의 설명을 시작으로 1시간30분 동안의 특별한 미식 여정이 시작된다.
우선 식욕을 돋우는 ‘맞이 3종’이 나왔다. 얇게 저민 토종닭 가슴살을 저온조리한 뒤 삼색채소에 말아 고소한 잣소스를 더했다. 닭발과 닭연골을 장시간 끓여내 굳힌 ‘닭편육’은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닭근위(일명 닭똥집)로 만든 ‘근위초무침’도 입맛을 살렸다. 이어진 ‘새싹삼냉채와 닭가슴살’은 저온 조리한 닭가슴살을 청귤 소스로 버무려 상큼함이 특별했다..
이어진 메뉴는 ‘토종닭 콩피와 목살 숯불구이’로, 토종 닭다리와 목살을 솔잎과 함께 숯불에 구워낸 프랑식 요리법을 적용했다. 질기다는 편견을 깬 토종닭에 솔잎와 마늘, 통후추를 활용해 잡내없이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닭날개 튀김’은 토종닭 날개에 새우살을 채워 튀겨낸 요리로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튀김과 탱글한 새우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치킨에 양념을 붓으로 덧바르는 교촌치킨만의 조리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매콤한 특제소스를 입힌 ‘특수부위 닭불고기’도 나왔다. 토종닭의 안창살, 등살, 넙적다리 부위를 다진 뒤 숯불에서 구워낸 것으로 김치전을 닮았다. 이어진 메뉴는 토종닭의 다양한 부위로 만든 ‘치킨버거’로, 패티에 닭가슴연골을 넣어 오독오독한 식감이 특이했다.
마무리 메뉴는 ‘영양솥밥 반상’. 영양솥밥은 숯불에 구워낸 토종닭 넙적다리와 마와 죽순 등 뿌리채소, 표고버섯에 닭육수를 넣어 만들었다. 이어 커스터드 크림 위에 설탕 카라멜을 곁들인 ‘크림 브륄레’와 ‘캐모마일 차’를 끝으로, 치마카세의 여정은 마무리됐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오마카세는 색다른 콘셉트로 닭을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면서 “맛뿐만 아니라 공간을 달리해 새로운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교촌필방의 치마카세는 매주 화~일요일, 주 6일간 운영된다. 오후 5시30분·8시, 매일 2회 진행된다. 회차별 6명만, 캐치테이블로 예약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