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금융당국에 공황이 닥치지 않으려면

입력 2023-12-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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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조가 ‘작은 정부’이다 보니…”

금융당국 관계자를 만나 고충을 물으면 대부분 ‘인력 부족’을 이야기하며 말을 흐린다. 올해 적지 않은 사건·사고에 제도 개선·감독 기조 강화까지 따르려다 보니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나 이번 정부는 ‘작은 정부’ 기조를 표방하느라 인력 충원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금융당국의 업무량은 적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해 금융권 검사결과제재 공시 건수는 179건이었으나 올해 들어 257건을 기록 중이다. 경영유의사항 공시도 올해 145건으로 지난해 107건을 웃돈다.

굳이 수치가 아니더라도 올해 차액결제거래(CFD)발 주가조작 사태를 비롯해 각종 횡령·미공개 정보 이용 등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졌으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이슈와 대규모 불법공매도 적발과 이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이르는 등 금융당국은 다사다난한 한 해 속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존재감이 커졌다.

내년에도 공매도 제도개선·전수조사 등 기존 업무와 더불어 수행해야 할 업무들이 적체돼있는 한편, 가상자산 부문도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정책과 감독을 맡게 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짙어진 존재감만큼 업무량도 늘어나겠지만, 인력 충원은 이에 비해 미미한 상태다. 금감원이 인력 충원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본래 미달했던 정원을 채우는 수준이다. 내부 인원 조정을 통해 어떻게든 운영을 해야 하는 처지다.

금융당국의 업무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과도한 업무는 업무 능률을 낮추고,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떻게든 굴러가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리스크를 내포한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는 격무에 시달리다 공황을 겪는 인물 ‘송유찬’이 등장한다. 그는 업무 능력이 뛰어날뿐더러 거절하는 법을 몰라 너무 많은 일을 도맡게 되면서 공황에 빠진다.

그는 극 막바지에 거절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다시 엄습해오는 공황을 이겨낸다. 한 명의 개인은 거절할 수 있지만, 시스템은 그럴 수 없다. 업무 능력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비록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해도 역할이 중대해지고 있는 금융당국에 공황이 닥치지 않도록 합리성이 발휘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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