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빈자리를 채워라!…‘전통 강호’ 아프리카TV vs ‘대기업의 힘’ 치지직 [이슈크래커]

입력 2023-12-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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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치지직, 아프리카TV)
▲(사진제공=치지직, 아프리카TV)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점유율 1위인 ‘트위치’가 내년 초 한국에서 철수합니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스트리밍 플랫폼 업계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우선 토종 강자 ‘아프리카TV’가 반사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벌써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트위치의 한국 철수까진 두 달가량이 남았지만, 발표 직후부터 이용자 이동은 체감되고 있는 건데요. 21일 트위치의 500대 스트리머 시청자는 약 30만 명이던 지난주보다 7만 명가량 급감했죠.

반면 아프리카TV의 500대 스트리머 기준 시청자는 전주 대비 약 3만 명 증가하며 트위치와 격차를 근소한 수준으로 좁혔습니다. 그런데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치지직’이죠. 치지직은 19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따끈따끈한 신생 플랫폼인데요. 21일 치지직 이용자는 최고 11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초반에 인기를 끌어봤자 전통 강호인 아프리카TV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는데요. 이는 오산입니다. 치지직이 네이버라는 든든한 뒷배(?)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죠. 트위치의 빈자리를 놓고 치지직과 아프리카TV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15일 조형진 아프리카TV 실장(왼쪽)과 채정원 부문장이 온라인 방송을 통해 트위치 전환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출처=아프리카TV 방송 화면 캡처)
▲15일 조형진 아프리카TV 실장(왼쪽)과 채정원 부문장이 온라인 방송을 통해 트위치 전환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출처=아프리카TV 방송 화면 캡처)
아프리카TV, 플랫폼·사명까지 바꾼다고?…리브랜딩 작업 착수

아프리카TV는 트위치와 함께 스트리밍 시장을 양분하던 플랫폼입니다. 오랜 기간 시장 기반을 다져온 만큼,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1세대 인터넷 방송인이자 국내 트위치 1위 스트리머인 ‘우왁굳’이 아프리카TV행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우왁굳은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따라하는 가상의 아바타를 내세워 시청자와 소통하는 ‘버추얼 유튜버’(버튜버)인데요. 그는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하면 국내 최초로 트위치 팔로워 100만 명을 돌파한 트위치 스트리머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160만 명을 넘고, 팬카페는 네이버 카페 전체 랭킹 3위에 이르죠. 이에 그의 거취는 적지 않은 이용자 이동을 부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왁굳은 최근 방송에서 “나는 아프리카에 마음이 조금 더 기울었다”며 “아프리카 장점은 유동 시청자가 많고 방송 환경도 좋다. 시청자들이 반응도 해준다”고 설명했는데요. “아프리카는 (이름을) ‘숲’으로 바꾼다고 한다. 유일한 단점인 이미지를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TV는 플랫폼 이름을 ‘숲’(SOOP)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사명도 ‘숲 코리아’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아프리카TV가 2006년 인터넷방송 사업을 시작한 후 단행하는 17년 만의 리브랜딩입니다.

아프리카TV는 그간 일부 BJ들의 욕설, 음주, 과도한 노출 등 숱한 구설과 사행성 문제 등으로 사회적 이슈의 발원지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서수길 아프리카TV 최고BJ책임자(CBO)는 대표 재직 시절인 2017년 국정감사 증인으로 호출돼 선정성·유해성 관련 지적을 받기도 했죠.

2020년부터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 지난해 ESG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왔는데요. 이와는 별개로 국내 인터넷 방송 시장 안팎으로 이미 ‘아프리카TV’라는 브랜드명은 깊이 각인된 상황입니다. 이에 이름을 바꾸는 것이 기존 부정적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 거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TV는 21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숏폼 콘텐츠를 한 번에 모아보는 기능인 ‘캐치 스토리’를 출시했고요. 방송 별 요약에서 BJ의 한 달 또는 1년의 스토리를 모아보는 형태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또 자사 플랫폼으로 넘어오는 스트리머와 이용자에겐 트위치 계정 정보 연동, 무료 구독권 혜택도 제공합니다. 트위치와 협력해 스트리머와 팔로워가 트위치 계정을 아프리카TV에 연동하면 자동으로 아프리카TV 내에서 매칭이 이뤄지게 한 건데요. 아프리카TV 측은 “내년 1월 31일까지 전환한 BJ가 트위치에서 방송한 시간을 최대 400시간까지 인정하고, 아프리카TV에서 추가로 100시간 방송을 진행하면 500시간이 인정돼 ‘베스트 BJ’ 신청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며 “트위치에서 넘어온 스트리머는 트위치 계정 연동 이용자들에게 우선 노출되고, 구독한 이용자에게는 구독자 10만 명이 채워질 때까지 1개월 무료 구독권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6일 웹툰 작가 출신 인터넷 방송인 침착맨이 치지직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치지직 방송 화면 캡처)
▲26일 웹툰 작가 출신 인터넷 방송인 침착맨이 치지직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치지직 방송 화면 캡처)
치지직, ‘네이버’ 뒷배로 이용자 끌어모으나…침착맨도 떴다

그러나 아프리카TV가 안심하긴 이릅니다. 탄탄한 대기업을 뒷배로 둔 치지직의 반격이 거센 상황이기 때문이죠.

치지직은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공개 이틀 만인 21일 최고 시청자 약 11만 명을 기록, 20일 기준 구글과 애플 앱장터에서도 모두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기존 강자인 트위치와 아프리카TV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치지직은 △최대 화질 1080p 60프레임, 비트레이트 8Mbps 등 고화질 해상도 △VOD(주문형비디오) 다시 보기 △TTS(텍스트 음성변환) 보이스 후원 등의 기능을 우선 제공합니다. 스트리머를 후원할 수 있는 기능 ‘치즈’도 탑재했는데요. 아프리카TV로 따지자면 ‘별풍선’입니다. 치즈는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수 있고, 결제 시 포인트도 쌓여 시청자 입장에서도 결제 등의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죠.

치지직 스튜디오를 통해서는 ‘유튜브 스튜디오’처럼 구독자 관련 데이터부터 상세 후원 내역, 콘텐츠 분석 자료 등 채널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19일 치지직이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자, 트위치에서 활동하던 여러 유명 인터넷 방송인들은 일제히 시범 방송에 돌입했는데요. 웹툰 작가 출신 인기 인터넷 방송인 침착맨(이말년)의 시범 방송에는 1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습니다.

첫선을 보인 치지직에는 우선 ‘화질’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트위치는 국내에서만 해상도를 720p로 제한해 논란이 일었고, 아프리카의 경우 고화질 방송을 시청하려면 이용자의 PC 리소스를 소모하는 그리드 기반 전송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는데, 치지직은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도 1080p 해상도를 지원하며 눈길을 끌었죠.

무엇보다 거대한 확장 가능성이 기대를 모읍니다. 네이버에는 검색부터 게임판, 카페, 클립(숏폼 서비스) 같은 자체 서비스까지 풍부한데요. 이와 연계한다면 생태계 규모를 확장할 수 있음은 물론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 본연의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내년 중 치지직의 정식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입니다. 베타 테스트 기간 순차적으로 기능을 선보이며 서비스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점검할 예정이고요. △네이버 검색 연동 △채널 구독 △영상 후원 등 관련 기능들도 지속 업데이트할 방침이죠.

▲(사진제공=치지직, 아프리카TV)
▲(사진제공=치지직, 아프리카TV)
초반 기세 심상찮은 치지직 vs 변화 예고한 아프리카TV, 승자는?

인터넷 방송 랭킹 사이트 소프트콘 뷰어십에 따르면 치지직 서비스 시작 이후 대규모 이동이 감지됐으며, 예상대로 트위치에서 치지직으로 이동하는 이용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아프리카TV로 이동하는 이용자들 역시 관측됐는데요. 현재 ‘여캠’(여성 스트리머)들의 경우 아프리카TV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고, 그 외 경우 치지직으로 이적을 준비하거나 테스트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고무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이 치지직 직원 충원에 대거 지원하고 있다는 전언인데요. 치지직은 서비스 완성도와 안정성을 조기에 개선하기 위해 직원 충원용 특별 ‘OCC’(Open Career Chance·사내 채용 제도)를 연말까지 진행합니다. 심사를 거쳐 선발된 직원들은 내년 초 치지직 담당 부서로 이동하게 되죠.

아프리카TV는 2011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BJ대상에서부터 ‘확’ 달라집니다. 30일 잠실 비타500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NH콕뱅크와 함께하는 2023 BJ대상’은 오프라인 현장뿐 아니라 온라인과 가상현실 공간을 활용해 무대를 선보이고요. 수상자 결정 기준을 투표가 아닌 올 한 해의 ‘지표’로 설정해 인기투표가 아닌 한 해 동안 열심히 콘텐츠를 진행해온 BJ들이 수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버추얼 BJ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TV의 가상현실 플랫폼인 ‘프리블록스’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생태계는 확장합니다. 이용자 유입뿐 아니라 광고 수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탓에 치지직의 목표는 우선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유입시키는 것이 될 텐데요. 아프리카TV 역시 같은 목표를 설정, 이용자 유입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크 업계에서는 치지직과 아프리카TV가 기존 트위치 스트리머와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과연 트위치 한국 철수로 ‘웃는’ 스트리밍 플랫폼은 어디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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