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하는 '가격보장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대안 등 37건의 법률안에 대해 이달곤 위원 등 7인으로부터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해 달라는 요구서가 제출됐다"며 "해당 안건은 안건조정위원회로 회부된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조정위원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곡관리법·농안법·한우산업전환법 등 여야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이 안건조정위로 넘어갔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상정된 법안들은 법안소위에서 여러 번 토의됐다"며 "좀 더 심도 있는 토론, 그리고 양당 간 이견의 거리가 큰 것에 대해서는 일부 조정의 필요가 있기 때문에 법안들을 안조위로 넘겨서 숙의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은 지난 21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양곡관리법·농수산물 가격안정법·한우산업전환법·농어업회의소법·농산물온라인도매거래 촉진법·푸드테크산업육성법 등 6개 법안을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강행 통과시켰다.
양곡관리법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후 본회의 재투표서 부결돼 폐기됐다. 이후 민주당은 시장격리제 대신 쌀 가격이 기준가격(목표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원하는 '가격보장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후속 법안을 발의했다. 기준가격은 정부가 쌀의 수확기 평년 가격과 생산비용,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산정하도록 했다. 이날 안조위에 회부된 농안법 개정안도 주요 농산물에 대한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의 일정 비율을 보전하도록 하는 가격보장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다만, 정부·여당에서는 가격보장제가 쌀의 과잉생산 등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됐던 '쌀 변동직불금'과 유사한 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9월 열린 법안소위에서 "가격안정제는 쌀 과잉생산 유발, 대농과 소농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2020년에 폐지된 쌀 변동직불금과 유사한 제도로, 이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쌀값 안정을 위한 재원이 과다하게 소요될 우려도 있고, WTO 감축대상보조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차관은 농안법과 관련해서도 지난 20일 법안소위에서 "정부 측은 일관적으로 최저가격을 보장해 주는 부분에 대해 과잉 생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도 안조위 구성을 요구했다. 소 위원장은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안 등 6건의 법률안에 대해 안조위를 구성해 심사해달라는 요구서가 제출됐다"고 밝혔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법은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만들어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를 활성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편, 안조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법안 심사가 가능하다. 6명으로 안건조정위가 구성되고, 6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