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서퍼들의 성지 ‘나자레’

입력 2023-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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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레(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코임브라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20분 정도 가면 나자레(Nazare)라는 해안마을이 나온다. 그야말로 ‘집채만 한 파도’가 몰아치는 서퍼들의 성지다. 공식 기록으론 독일인 세바스티안 슈튜트너가 2020년 10월 이곳에서 26.2m 높이의 파도를 타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아파트 9층에 해당하는 높이다.

거대한 파도를 만나려면 ‘북쪽 비치’로 가야한다. 상점들 사이로 난 좁은 통로를 지나 언덕을 내려가면 사슴 머리를 한 서퍼 동상이 나오고 눈앞에 펼쳐지는 파도를 보고 걸으니 ‘관전 명당’ 나자레 등대에 도착했다.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도와 물살을 가르는 서퍼들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은 파도가 세서 서퍼들이 패들링을 해 바다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제트스키가 그들을 견인해 간다.

나자레 해안<사진>에서 이렇게 큰 파도가 형성되는 이유는 이곳 해저에 큰 협곡이 있기 때문이다. 길이 227km, 최대 깊이 5km에 가파르게 조성된 협곡을 해류가 빠르게 지나는 동안 강력한 파동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이 힘이 해안에 가까워지면서 바닷물을 거세게 위로 밀어올린다.

10m 이상 큰 파도가 치는 날이면 TV뉴스에도 나오는데 내가 간 날은 그렇게 큰 파도는 없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라면 태풍이라도 와야 볼 수 있는 크기다.

이런 파도의 생성원리는 요새처럼 만들어진 나자레 등대 건물 안 전시실에서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또 서핑대회에서 수상한 서퍼들의 서핑보드도 전시돼 있는데 디자인이 제법 멋지다. 옥상은 장애물 없이 파도를 바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다. 입장료는 1인당 2유로.

굳이 전망대에 가지 않더라도 등대 주변 어디에서나 파도를 감상할 수 있다. 캠핑의자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마시며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 안의 근심이 한낱 먼지에 불과했다는 느낌이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좀 힘들어도 무탈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더냐. 겸손해라 그리고 다음날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라. 위대한 자연 앞에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고 코끝이 찡해졌다.

나자레가 서쪽 끝이니 일몰 또한 멋지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 저물어가는 2023년의 해를 배웅하진 못했다. 참고로 나자레의 거대한 파도는 11~3월이 제철이다. 세계적인 서핑대회도 이때 열리는데 날짜는 특정하지 않는다. 바다가 허락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서 대서양 해류의 움직임을 보고 상황을 예측해 서퍼들에게 대회 날짜를 알려준다고 한다.

나자레(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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