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금지 발효 전인데도…네덜란드 ASML, 미국 압박에 중국 수출 중단

입력 2024-01-02 15:39 수정 2024-01-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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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중국 반도체 자력 생산 저지 박차
미 관리, ASML에 연락해 직접 요청
네델란드 등 동맹국에도 적극 입김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ASML 본사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다. 벨트호벤(네덜란드)/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ASML 본사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다. 벨트호벤(네덜란드)/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네덜란드 ASML이 중국으로 수출이 예정된 장비 선적을 전격적으로 중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ASML은 중국 기업에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3대를 수송할 수 있는 면허가 올해 1월 전까지 유효했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이 ASML에 연락해 사전에 계획된 일부 장비의 중국 수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면허 만료 시점 몇 주 전임에도 서둘러 출하 취소가 이뤄졌다. DUV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보다 구형이지만 여전히 널리 쓰인다.

미국은 독자적인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추려는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들의 반도체 장비, 부품 등에도 중국이 접근할 수 없도록 전면적인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의 ASML에 대한 중국 수출 금지 압박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의 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조 바이든 정부의 압박에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DUV 노광장비에 대해서도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 조치가 발효되기도 전에 수출을 차단한 것이다.

ASML은 반도체 최첨단 공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네덜란드 간판 기업이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세계 내로라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ASML과의 관계에서는 을이 되는 배경이다. 노광장비는 빛을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비춰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는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첨병에 있는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가 지난해 ASML의 장비를 이용해 만든 최고급 칩으로 미국 애플 아이폰과 경쟁할 스마트폰을 생산했다고 알려지면서 미국의 경계심이 한층 커졌다.

실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말 이 문제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에 전화했으며, 네덜란드 관리들은 미국에 ASML과 직접 접촉해볼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 중국 정부는 그간 ASML 장비를 서둘러 비축했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노광장비 수입은 37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또 중국 기업들이 수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서둘러 장비를 수입하면서 지난해 3분기 ASML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ASML의 피터 베닝크 회장은 지난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차단 조치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중국에 압박을 가할수록 중국이 경쟁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에 한층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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