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5일 수술실 내 CCTV(폐쇄회로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환자들의 열람률은 현저히 낮고 의료진들의 반응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시행된 이래 환자들의 열람률은 1%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및 의료계 관계자들은 비용 대비 실효성이 현저히 낮은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입간판과 포스터 등을 통해 환자들이 수술실 CCTV 의무화와 관련한 내용을 잘 알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도 “열람 신청 건수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진들의 반응도 알 수 없을 정도다. 환자들이 많이 열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용률 자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를 앞뒀던 지난해 9월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면서 일반적인 인격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받도록 하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며 “이러한 부담은 ‘외과 의사 기피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해 의협 대의원 12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참여자 93.2%가 CCTV 설치에 반대했다.
수술실 CCTV 열람률이 낮은 만큼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도 낮아졌다. 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 100일이 지난 현시점까지 대한병원협회 등에 제기된 민원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한 이득은 CCTV 업체만 볼 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환자들이 CCTV 녹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애초에 믿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왔겠는가”라며 “쓸데없는 규제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 CCTV 업체만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전문가들이 불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법안으로 밀어붙여서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이 자행돼 답답하다. 새해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추후 재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책입안자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 의무화와 관련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촬영 예외 조항이 많고, 수술실에 참여한 의료진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열람할 수 있으며, 영상 보관 기간도 30일로 짧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의사가 불법을 저지르고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열람할 수 없는 구조”라며 “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 마약류를 처방했던 의사가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의 일이 있었던 만큼 환자 안전을 위해 조항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전신마취나 수면 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환자에게 미리 고지한 뒤,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할 수 있도록 요청서를 제공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구체적으로 △응급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참여 수술 등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촬영을 거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촬영을 거부하면 벌금 500만 원이 부과된다.
한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의사(한의사·치과의사 포함) 793명이 성범죄로 검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강간·강제추행’으로 검거된 의사가 689명(86.9%)으로 가장 많았고, ‘카메라 등 이용 촬영(불법촬영)’ 80명(10.1%),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19건(2.4%),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5명(0.6%)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