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폴란드 대통령실 “한국 방산계약 지지...현 정책 유지할 것”

입력 2024-01-04 11:17 수정 2024-01-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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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후 계약 철회 분위기 감지
본지 입장 요구에 대통령실 답변 보내와
“계약은 폴란드군 장기적 필요에 따른 대응”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vs 신임 총리 갈등 양상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022년 12월 6일 한국에서 인도된 자주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디니아(폴란드)/AP뉴시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022년 12월 6일 한국에서 인도된 자주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디니아(폴란드)/AP뉴시스
8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룬 폴란드가 한국 기업들과의 방산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폴란드 대통령실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려는 신임 총리와 맞서고 있는 대통령실은 계약을 계속 지지한다는 방침이다.

4일 폴란드 대통령실(Chancellery of 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Poland)은 정권 교체가 한국 기업의 방산 계약에 미칠 영향에 관한 본지 질의에 서면 답변서를 보냈다.

대통령실은 “국내외 기업들과의 무기 계약은 폴란드군의 현재와 장기적인 필요에 따른 대응이었다”며 “우리가 알리고 싶은 것은 해당 계약들이 폴란드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체결된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통령실은 현재의 무기 정책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폴란드는 8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민족주의 성향의 우파 정권이 물러나고 친 유럽연합(EU)이자 중도성향 정권이 새로 들어섰다.

이후 차기 정권이 한국 기업들과 맺은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야권연합 소속으로 새로 선출된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은 현지 방송 라디오 제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정부가 서명한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그들은 총선(지난해 10월 15일) 이후에는 공적 자금을 지출하지 않고 정부 관리에만 집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신임 국방장관 역시 “총선 이후 정부가 서명한 거래는 우리의 분석·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시니아크-카미시 장관은 자국 무기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던 인물이기도 하다.

폴란드는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과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문 등 구매 관련 기본 계약과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한화에어로와 3조4000억 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했다. 차기 정권의 계획대로라면 폴란드와 1차 계약을 한 한국 업체 중 2차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와 총선 후 2차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문제 될 수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연합뉴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연합뉴스
논란이 확산하자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는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의 계약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며 계약 일부를 수정하게 할 어떠한 일도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방산 계약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또 계약과 관련해 한국에서 제공하기로 했던 융자가 실제로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계약 변경의 여지를 남겼다.

이원집정부제를 시행하는 폴란드는 대통령과 총리 모두가 실권자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두 권력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국방 지출과 언론 정책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이에 2주 전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차기 정부의 새해 예산 지원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폴란드 대선이 내년 열리는 가운데 두다 대통령의 입김이 얼마나 유효할지도 관심사다.

이 같은 불안에도 한국은 폴란드와 국방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일 “폴란드 국방부와 군용항공기 감항인증 상호인증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경공격기 FA-50 12대의 폴란드 납품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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