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날개 꺾은 연준…M7 시총 나흘 새 3830억 달러 증발

입력 2024-01-04 13:54 수정 2024-01-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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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당분간 고금리’ 천명
시장 금리 인하 기대 찬물
맥 못 추는 대형 기술주, 한 달 새 가장 긴 하락세
유동성→실적 장세 전환 ‘행오버 진입’ 분석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정책을 한동안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연말·연초 이어지던 증시 랠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7(M7)’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 7개사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떨어져 최근 한 달 새 가장 긴 하락세를 기록하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3830억 달러(약 501조3500억 원) 증발했다.

M7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과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를 가리킨다. 지난해 이들 7개 기업 주가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70% 이상 뛰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현재 고점 또는 그 부근이라는 데 동의하고, 연내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율이 확실히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할 때까지 한동안 제한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게 적합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여지도 열어뒀다. 이르면 3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를 꺾은 셈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빠르게 전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실망감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애플 주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했다.

투자 플랫폼 이토로의 캘리 콕스 미국 투자 부문 애널리스트는 “FOMC 회의록은 금리 인하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급격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고금리 상태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는 경제적으로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최근 시장에서 보였던 ‘야성적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시 대장주인 애플 주가는 4거래일간 4.6%나 하락하면서 기술주 약세를 이끌었다. 연준에 대한 실망감 이외에도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부정적 평가가 영향을 미쳤다.

팀 롱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현재 아이폰15의 판매 부진, 특히 중국에서의 부진은 새해 출시될 아이폰 16의 판매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며 “이는 애플 하드웨어 판매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익성 높은 서비스 부문도 규제 때문에 일부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비야디(BYD)에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빼앗긴 테슬라 주가도 4거래일 동안 8.8%나 하락했다.

이 때문에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행오버(hangover·숙취)’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오버란 흥겨운 술 축제 다음 날 힘들어하는 것처럼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심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그룹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작년 랠리가 완전히 끝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랠리 이후 시장이 가라앉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며 “증시를 다시 끌어 올릴 요인이 없다면 축제는 마무리 국면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마존, 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의 현재 주가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을 수 있는 만큼 기술주 주도의 랠리가 끝났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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