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 ‘국민은행·한투’ 현장점검…“판매사서 성과압박 발견”

입력 2024-01-07 12:00 수정 2024-01-0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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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KB국민은행‧한국투자증권 내일부터 현장조사
지난해 현장·서면조사에서 관리체계상 문제 발견
판매사의 위법사항 확인 시, 엄중히 책임 물을 것
은행권 “성과지표 내걸었다고 불완전판매 예단하긴 무리”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금융감독원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이달 중 12개 주요 판매사의 현장조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앞서 실시한 ELS 판매 실태 점검에서 판매 한도 관리 미흡,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등 관리체계상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7일 금감원에 따르면 다음 날부터 H지수 ELS를 판매한 12개의 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한다. 판매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와 판매한도 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에 대해 심층 점검할 계획이다.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투증권을 시작으로, 이달 중 여타 10개 주요 판매사에 대해서도 신속히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한투증권에 대해서는 분쟁 민원 사실관계 파악 등을 위한 민원조사도 현장 검사와 동시에 실시한다.

금감원은 12개 판매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1~12월 중 실시한 현장·서면조사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상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 초 홍콩 증시 위기 상황 및 판매사 자체 기준을 감안할 때 고위험 ELS 판매를 억제해야 했음에도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오히려 판매한도를 증액해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현장 조사 결과 국민은행은 지수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ELS 상품 판매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는데, 규정을 80%로 무리하게 바꾸면서 영업우선정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판매사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ELS 상품을 KPI 배점에 포함시켜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하고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 미보관한 사례를 적발했다. 박 부원장보는 “KPI 중 고위험 ELS나 ELT 상품 판매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주요 지표 점수 비중이 30~40% 정도 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1000점 만점에 410점이 ELS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었다”면서 “은행 직원들이 이 상품을 많이 판매할 수밖에 없는 유인이 된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올해 홍콩H지수 ELS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대규모 투자자의 손실이 가시화됐다. 분기별로는 △1분기 3조9000억 원(20.4%) △2분기 6조3000억 원(32.3%)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 원(52.7%)이 만기된다.

홍콩H지수 ELS의 총 판매잔액은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19조3000억 원으로 은행이 15조9000억 원, 증권은 3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는 5조4000억 원(30.5%)을 차지했다. 은행은 오프라인(대면) 판매 비중이 90.5%로 높았으며 증권사는 온라인(비대면)이 87.0% 다수를 차지했다. 과거 파생결합증권 투자 경험이 없는 최초 투자자 비중은 계좌 수 기준 8.6%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위법사항 확인 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특히, 은행권이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 등 ‘고객이익 보호’ 중심의 영업을 전제로 고난도 금융상품(ELS)의 신탁 판매 허용을 요청했던 점을 감안해 고객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행태 등으로 인해 촉발된 위법사항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분쟁 민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상의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 있게 고려해 처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법상 형식적 요건 준수뿐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파악한다.

박 부원장보는 지난해 시행한 현장·서면조사 결과로 불완전판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지난해 검사는 판매 실태에 대한 점검 차원이였기 때문에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다음주부터 현장 검사를 가서 세밀하게 볼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은행에서 판매 한도 내에서 높은 목표금액을 설정한 것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판매 한도 내에서 목표금액을 조율한 건 은행의 자율이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H지수의 향방을 분석해 판매했어야 한다. 많이 팔린다는 이유로 80%로 늘린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과정에 대한 당국의 점검 유무에 대해 “당국에서는 판매사가 판매한도를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현황을 점검해왔다. 한도 내에서 운영방식은 자율이였기 때문에 관여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KPI에 설정돼 있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는 어디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 KPI를 통해 영업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현장에서 이에 따라 영업을 하는 것 ”이라면서 “투자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를 가입시키는 건 불완전판매지만, KPI 항목에 있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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