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원자력 에너지 삼파전 격화…미국, 개발 덜 끝난 SMR 우방국 강매

입력 2024-01-07 14:39 수정 2024-01-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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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MR 판매·건설 실적 전혀 없지만
수출 위해 외교적 영향력 동원
중국·러시아, 상용화 미국에 훨씬 앞서 있어
미국, 에너지 안보 측면서 ‘덜 위험’ 강점으로 내세워
▲미국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모습이 보인다. 웨인즈버러(미국)/AP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모습이 보인다. 웨인즈버러(미국)/AP연합뉴스
미국이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심지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최첨단 원자로를 수입하도록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판매·건설 실적이 없음에도 개발 중인 최첨단 원자로를 우방국에 수출하기 위해 적극 설득에 나섰다. 이를 통해 세계 원자력 산업의 거물인 러시아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원자력 기술을 견제하겠다는 목적이다.

‘4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킨 300메가와트(㎿) 이하의 소형 원전이다. 발전용량은 기존 원자로의 3분의 1 수준이나 원자로, 가압기,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를 일체화해 방사성 누출 등의 위험에서 더 안전하며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조립식으로 제작해 현장으로 이송할 수 있어 수출에도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하는 대형 원자로보다 저렴하고,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 맞춰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국내 SMR 관련 기업, 국영 수출입은행(EXIM), 국제개발금융공사(IDFC) 등과 협력해 수주 계약을 따내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EXIM과 IIDFC는 2030년 내 가동을 목표로 루마니아에 SMR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자국 기업 뉴스케일파워를 위해 최대 40억 달러(약 5조2600억 원)의 융자를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미국 정부와 산업계는 기업 계약과 공공·민간 금융 지원을 아우르는 정부 간 포괄적 합의를 통해 SMR 수출 경로를 단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별로는 미·일 합작사 ‘GE히타치뉴클리어에너지’를 통해 폴란드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불가리아, 가나,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과도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SMR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건설이나 수출 실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국 SMR 기업 카이로스파워가 최근 테네시주에서 시범 프로젝트 건설 승인을 받았지만, 이는 자국 시장에 국한된 사업이었다. 미국 주요 SMR 기업 중 하나인 뉴스케일파워는 아이다호주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지역 전력사의 저조한 참여로 인해 이를 취소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관련 산업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자국 SMR 2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며, 러시아도 2020년 해상 부유식 SMR를 상용화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국영 금융회사의 원전 프로젝트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자국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보다 덜 위험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테드 존스 원자력협회(NEI) 국가안보·국제프로그램 책임자는 “우리가 공급 업체라면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지원한다”며 “우리는 에너지와 관련해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무기화했던 것과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 스타트업 라스트에너지의 브렛 쿠겔매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동맹국이 잠재적 적국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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