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시장, '래미안' 독주시대 끝나나

입력 2009-06-03 08:14 수정 2009-06-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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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첫 강남 재건축 단독수주 성공

강남재건축 단지 시공권을 싹쓸이 해왔던 삼성 래미안의 카리스마가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강남재건축 수주에서 삼성건설을 '피해'다녔던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등이 잇따라 래미안 독주체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건설은 강남구 대치3동 제1지구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아파트 총 494가구를 짓는 이 사업은 단독주택 재건축이란 점과 규모로 봤을 때 중소규모 사업으로 지적되지만 강남구의 첫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이란 상징성이 있다.

단순하게 보면 지난해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의 재건축 수주는 별다른 특이한 점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대우건설의 대치동 단독주택 재건축 수주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77년 출범해 30년을 넘은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 건설사며, 이 회사 출신 임직원들은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은 영입 콜을 받는 건설업계 사관학교로 불리는 업체다. 하지만 모그룹인 대우그룹 붕괴 이후 워크아웃 상태에 빠지면서 특히 국내 최고의 부촌이라는 강남지역 재건축 시장에선 이렇다할 명함을 내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합원 표결에서 패배해 수주에 실패한 것도 아니다. 대우건설은 비슷한 처지인 현대건설과 함께 2000년대 초반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는 참가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에 접어든 2000년 이후 강남지역에서 수주한 재건축은 세대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재건축이 중단된 한신15차 밖에는 없다. 이를 제외하곤 잠실2단지 등 몇몇 곳에서 워크아웃 이전 공동 수주해 놓은 단지만 있을 뿐 워크아웃 이후 단독수주한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다.

대우건설이 유일하게 수주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인 한신15차 재건축도 다름아닌 180%를 넘는 무상지분율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주비도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두 배에 달하는 3억~4억원 선을 지급한다는 '물량공세'를 통해 경쟁자였던 강남 재건축의 또다른 강자 대림산업을 누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 대우건설의 대치3동 단독주택재건축 수주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게 부동산 시장의 관측이다. 그동안 삼성건설의 독주 속에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롯데건설 등이 나눠먹던 강남 재건축 수주 판도가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제기횐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현대건설 역시 워크아웃 이전 시공사로 선정된 도곡렉슬을 제외한 다른 재건축 사업장을 단독 수주한 경력이 거의 없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조합원들과 분담금을 놓고 갈등한 끝에 삼성이 시공을 포기한 반포미주 아파트 재건축이 유일하다.

현대건설은 올해 이후 강남지역 재건축 수주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최근 열린 부천시 도당1-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 수주전에서 삼성건설과 격돌해 과반이 넘는 득표에 성공하는 등 '래미안 공포증'을 털어내고 있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건설이 거의 독식하다시피한 강남 재건축 수주 판세가 이제 대우, 현대의 등장으로 춘추전국(春秋戰國)화 되고 있다"며 "강남권에서 주택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삼성건설의 래미안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의 경우 과거처럼 적극적인 재건축 수주를 하지 않고 있고, 분담금 등 사업조건이 더 까다로워 과거와 같은 독주 체제를 구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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