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트코인 ETF’에 고객 뺏길라…국내 운용사 발만 동동

입력 2024-01-11 15:14 수정 2024-01-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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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비트코인 ETF 불가…가상자산 제도·규제 없어
미국 진출도 쉽지 않아…“비용 부담에 글로벌 대형운용사에 밀려”
▲9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고객을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뺏길까 걱정하고 있다. 국내 비트코인 ETF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려는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가 늘며 ‘머니무브’도 함께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1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미국 계열사 ‘글로벌엑스’는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서를 접수했고, 현재 심사 중이다. 이번에 승인된 11개 상품보다 이후에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아직 검토중인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당사 호주, 유럽법인에서 비트코인 ETF가 이미 출시돼 있기 때문에 상품 기획, 준비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시장 상황을 보며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계열사를 통해 비트코인 ETF 이슈에 대응하고 있지만, 다른 국내 운용사들의 대응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아직 국내에선 가상자산과 관련한 제도와 규제가 없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쯤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금융당국에서 워낙 강하게 반대해 이후로 크게 진행된 게 없다”며 “가상자산을 일단 허락해야 이를 활용한 ETF를 출시할 텐데,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상품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비트코인 ETF는 옛날부터 준비했지만, 금융당국에서 안 된다고 하니 지금은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보여왔던 비트코인 테마의 폭발력과 자금 흡수력을 감안하면 운용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 달러(약 132조1000억 원)의 자금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와 함께 비트코인 ETF 출시를 준비 중인 갤럭시 디지털은 미국의 비트코인 ETF 시장 규모가 출시 후 첫해 약 14조 달러(약 1경8428조 원)에 달할 것이고 예상했다. 전세계 금 시가총액(약 13조 달러)을 단번에 넘어서는 규모다.

국내 운용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는 방법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ETF를 승인받으려면 상당한 자금이 드는 데다가, 승인을 받더라도 상장 후 글로벌 대형운용사에 밀려 상품 거래량이 충분치 않을 수 있어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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