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창용 총재 “금리인하 논의 시기상조…부동산PF, 한은 나설 때 아냐”

입력 2024-01-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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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제동을 걸었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재점화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서 리스크를 인지하면서도 한은이 직접 나설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철회…이 총재 “향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 어려울 것”

이 총재는 11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또한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작년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8차례(작년 2·4·5·7·8·10·11월, 올해 1월) 회의에서 금리를 조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한미 금리차 역전폭은 작년 7월부터 2%포인트(p)를 유지했다. 최장 기간 금리 동결 시기는 2016년 6월 9일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로, 당시 유지 수준은 1.25%였다.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인상 기조를 철회했다. 작년 11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반영됐던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란 문구가 이번 의결문에 빠졌다. 향후 3개월 기준으로 한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도 변화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월에 금통위원 4명이 3.75%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2명이 3.50% 수준을 유지하자고 했으나, 이번에 금통위원 5명(1명 공석, 총재 제외) 모두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전망 경로에 큰 변화가 없다면 3.50% 유지하고 했다”면서 “11월에 봤던 때보다는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상당기간 동안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에 5명 모두 그런 견해를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문구가 유지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 질서있는 구조조정 좋은 사례…시스템 리스크 변할 가능성 적어”

이 총재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재점화된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차단했다.

이 총재는 “태영 사태가 그러면 지금 밑에 깔려있는 부동산 PF나 건설업이 크게 부실될 것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정부가 매번 얘기하듯이 질서있는 구조조정의 하나의 좋은 예라고 생각하고 있다. 태영 사태가 지금 현재 부동산이나 건설업에 큰 위기로 번져서 우리나라의 시스템 리스크로 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한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은 없다. 시장 위험이 있을 때에만 발권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8일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채권단의 4가지 자구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추가 자구안을 제시했다. 이날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금융당국에 4가지 자구안을 채권단 요청대로 수용, 실행하고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8일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채권단의 4가지 자구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추가 자구안을 제시했다. 이날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금융당국에 4가지 자구안을 채권단 요청대로 수용, 실행하고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건설업계 구조조정에 대해서 “정부에서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시장이 흔들리거나 시장 전체가 흔들릴 경우에는 여러 가지 ‘툴(tool)’이 있다. 툴도 시장이 흔들리는 정도에 따라서 저희가 대포를 쏠 수도 있고 약간의 소총으로 막을 수도 있고 그런 다양한 툴이 있는 것은 많이 봤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소총도 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번 회의에서 지난해 11월 말 의결을 통해 확보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9조 원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을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조윤제 금통위원이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조 위원은 특별하게 지금 현재 상태에서 금중대(금융중개지원대출)를 지원을 하는 것은 현재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하는 한국은행의 정책과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가계부채, GDP 대비 90% 미만으로 떨어져야”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 밑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한은 총재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임기가 지나서라도 가계부채가 적어도 90% 미만으로 중장기적으로 천천히 떨어졌으면 좋겠다”면서 “결국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거나 하향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3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5%로 전분기 101.7%에서 소폭 낮아졌다.

이 총재는 “이번 정부가 부동산 가계대출을 GDP 대비 비율로 늘어나지 않게 하고 나간다면 상당한 정도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이하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작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이 총재는 올해부터 시행하는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해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총재는 “생각해야 될 것은 제도가 좋다고 해서 소득 수준이 안 되는데, 그러면 많이 돈을 빌려주는 것이 과연 젊은 사람을 도와주는 거냐, 우리는 그것은 한번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주택자, 다음에 젊은 층이 새로운 신혼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해주는 데 낮은 금리로 도와주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그 양이나 이런 것들을 본인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이 빌려줬다가 다시 금리가 올라갈 경우에는 그들에게 과연 도움을 준 것인지, 이런 것들을 한번 다시 생각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가장 고민…비트코인, 투자자산으로 자리잡아”

이 총재는 경제전망에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중국 경제를 꼽았다. 이 총재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무역 구조, 서플라이 체인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과거의 성장 자체가 우리나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같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중국 성장률 자체보다도 중국과 한국 경제의 연관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성이 있어서 예측하기 상당히 어려운 면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ETF 승인과 관련해 “비트코인이 화폐의 대체재는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는 거고, 그 대신 하나의 위험자산·투자자산으로는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면서 “변동폭 등을 보면서 비트코인 ETF가 투자자산으로서의 어느 정도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시험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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