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은 큰데”…‘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뭐가 달라지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4-01-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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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코인 시장의 최대 호재로 꼽혀왔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했다. (뉴시스)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코인 시장의 최대 호재로 꼽혀왔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했다. (뉴시스)

오늘(11일)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불장’이 펼쳐졌습니다. 간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한 데 따른 겁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현지시간으로는 10일 성명에서 “오늘 위원회는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ETP는 상장지수증권(ETN)과 ETF를 일컫는 말인데요. SEC는 ‘현물 ETF’ 대신 ‘현물 ETP’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고, 마치 주식처럼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는데요. SEC의 이번 결정으로 가상자산 투자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대규모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는 한편,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점치는 등 의견은 분분한 상황입니다.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시장에 어떤 의미인지, 또 향후 가상자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살펴봤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AP/뉴시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AP/뉴시스)
‘희대의 사기’ 비난 끝에…“암호화폐 업계에 큰 활력소 될 것”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2009년 탄생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어왔습니다. 동시에 숱한 비난을 받아온 몸이기도 한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시장 흐름이 ‘튤립 버블’, ‘폰지 사기’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다른 사기에 연루됐던 자산들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의 거래 활동으로 가치가 형성된 만큼, 이들 사례와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죠.

SEC도 비트코인 시장이 사기·조작 행위에 취약한 데다가 기초상품 또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주요 시장들과 상호감독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등 보호 조치가 미약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현물 ETF 신청을 기각해왔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냈던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2022년 SEC의 기각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이후 법원은 이미 허용된 비트코인 선물 EFT에 비해 비트코인 현물 EFT가 더 위험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면서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지난해 8월 판결했습니다. SEC는 여기에 상소하지 않았고, 그레이스케일은 해당 판결을 근거로 승인 신청을 다시 제출했죠.

이후 겐슬러 위원장이 “항소법원 판결을 토대로 8~12건의 현물 암호화폐 ETF 신청서를 ‘새로운 시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결정이 난 건데요. 겐슬러 위원장은 “앞서 법원은 위원회가 그레이스케일의 ETP 상장 및 거래를 불승인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다”면서 “이런 상황과 승인처분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 가능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결정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결정하게 된 배경엔` 법원의 판단이 주효했다는 겁니다.

SEC는 그레이스케일,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는데요. 이에 힘입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장중 6500만 원까지 터치했습니다. 6500만 원대는 2021년 11월 이후 약 26개월 만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승인으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에 노출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일련의 스캔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호화폐 업계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AP/뉴시스)
▲(AP/뉴시스)
“대규모 투자자금 유입될 것”…기대감으로 술렁

가상자산 업계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 주목하는 건 시장에 흘러들어올 ‘돈’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시장에 막대한 금액의 투자 자금이 신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데요.

그간 기관투자자들은 코인에 대한 불신, 해킹에 대한 우려, 거래소의 시세조작 리스크 등 이유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걸 꺼렸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현물 ETF는 선물과 달리 롤오버 비용도 없고 장기 투자도 가능합니다.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투자 저변을 훨씬 넓히고, 대규모 투자 자금 유입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 달러의 자금 유입이 가능해 보인다”며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가정하에서는 낙관적으로 첫 6개월에 200억 달러 유입도 가능하다”고 예측했습니다.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올해에만 500억~1000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2025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20만 달러(2억6210만 원)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추세적인 상승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는데요. 글로벌 디지털 수석 분석가 가우탐 추가니는 “여러분은 우리만큼 비트코인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보는 냉정한 시각은 사이클의 전환을 암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로 비트코인 가격이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집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로 주어지는 공급량이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드는 시기입니다.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은 줄어들면서 시장 원칙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건데요. 시장에서는 이 시기를 올해 4월로 예상하고 있죠.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2004년 11월 금 현물 ETF 등장 이후 20년 만의 대체자산 투자 시장의 혁명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 현물 ETF 출시 이후 ETF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금값이 7~8년 동안 4배 가까이 급등한 전례를 비추어봤을 때, 비트코인 가격도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겁니다.

▲이더리움. (EPA/연합뉴스)
▲이더리움. (EPA/연합뉴스)
“호재 선반영된 것” 의견도…다음 타자는 이더리움?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시장 영향력이 과장됐다는 비관론도 있습니다. 대규모 자금 유입이 호재라는 건 분명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엔 이미 선반영된 부분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실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현물 ETF 상장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왔습니다.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3500만 원대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올 초 6000만 원대를 돌파했고, 솔라나 등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은 몇 배씩 뛰어올랐죠.

대규모 신규 자금 유입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JP모건체이스(JP모건)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에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와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가상자산 시장 밖의 자금이 아닌, 비트코인 선물 ETF나 채굴업체 주식 등 이미 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현물 ETF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비트코인의 오름폭이 다른 가상자산에 비해 미미한 편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떨어진 순간부터 시장의 관심은 ‘다음 타자’로 옮겨갔다고 분석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더리움을 꼽을 수 있는데요.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전날보다 9%가량 상승했습니다. 비트코인보다 훨씬 큰 오름폭인데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라는 증권시장의 격언이 적용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스테이블코인 업체 이더나 랩스의 리서치부문장인 코너 라이더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추정이 결실을 본 만큼, 거래자들이 다음 이야기가 될 이더리움 ETF 승인 결정에 앞서서 이더리움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더리움 가격이 다른 코인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라고도 말했습니다. 지난해 이더리움 가격은 90%가량 올라 비트코인 상승률인 160%에 한참 못 미쳤죠.

블랙록과 피델리티는 이더리움 현물 ETF 신청서를 내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가 당장 코앞의 일은 아닌데요. 금융전문가 디지털자산협의회 창립자인릭 에델만은 “SEC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보면 이더리움 ETF 승인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류가 아닌 가상자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올해 가상자산 시장을 전망하면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으로 제도권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ETF가 승인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제도권 자금 유입을 기점으로 미지의 가격 상승 기대가 아닌 실질적 자산 가치를 산정하려는 움직임이 기관을 중심으로 발생한다면 지나친 기대 심리로만 가격이 형성된 일부 알트코인들의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SEC는 이번 결정이 다른 가상자산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겐슬러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오늘 위원회의 조치가 비트코인을 보유한 ETP에 국한된다는 것”이라며 “위원회가 암호화폐 자산증권에 대한 상장 기준을 승인할 뜻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우리는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비트코인은 랜섬웨어, 자금세탁, 제재 회피, 테러자금 조달 등 불법적인 활동에도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며 “투자자는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관련 상품에 연관된 다양한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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