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다 쓰는 ‘연속혈당측정기’ 한국 환자만 사용 못한다?

입력 2024-01-11 17:05 수정 2024-01-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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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체계 부재·비용 부담…당뇨병환우회 “폐지라도 주워 아이 살릴 것”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장이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장이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선진국 대부분에 보급된 당뇨병 관리 의료기기를 한국 환자들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가 체계가 미비해 국내 환자들이 신기술의 혜택을 놓치는 실정이다.

11일 대한당뇨병학회는 국회의원회관 제8 간담회실에서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내 혈당관리 의료기기 지원 제도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자동 인슐린 주입기(인슐린 펌프), 연속혈당측정기(CGM) 등을 사용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의료기기는 환자의 혈당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인슐린을 필요한 적정량 주입해, 췌장의 기능을 상실한 환자도 삶의 질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이들 의료기기가 국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국내 환자 중 신기술의 편의성을 누리는 경우는 드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9년~2022년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1형 당뇨병 환자 가운데 CGM을 지속해서 사용하는 비율은 10.7%, CGM과 연동되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비율은 0.4%에 불과했다.

제도가 환자들의 접근을 방해하는 형국이다. CGM과 인슐린 펌프 등은 ‘요양급여’가 아닌 ‘요양비’로 지원된다. 요양급여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하고, 사용법을 교육하며 기기 관리를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의 역할과 관련된 수가 체계가 존재한다.

반면 요양비는 환자가 지출한 의료비를 사후에 청구해 환급받는 방식으로, 병원의 관리 범위 밖이다. 환자가 의료기기 판매처에서 기기를 직접 구매해 사용법을 스스로 익혀 사용해야 한다.

인슐린 펌프는 위험도가 높은 ‘4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사용 시 인슐린 작용시간, 교정 목표혈당, 교정범위, 추세적용시간, 기저인슐린 주입 속도 등의 복잡한 수치를 계산해 설정해야 한다. 비전문가인 환자가 독학으로 사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김재현 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당뇨병TF팀장(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장)은 “1형 당뇨병은 반나절만 인슐린이 끊겨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질환”이라며 “내시경을 하려고 병원에 갔는데, 환자한테 병원 밖에서 의료기기 회사와 따로 약속을 잡고 내시경 재료를 사서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비용 부담도 환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요양급여 체계에 편입된 의료기기는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지만, 요양비로 지원되는 경우 가격은 시장에 맡겨진다. 떄문에 정부가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고 유통을 관리할 수 없다.

또 인슐린 펌프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2~3년 주기로 신형 제품이 등장하는데, 현재는 5년에 한 번 기기값이 지원돼 환자들이 새로운 기기 사용을 시도하기 어렵다. 지난해 소아·청소년 1형 당뇨 관리기기 본인 부담금이 380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완화됐지만, 성인 환자를 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해외의 제도는 국내와 대조적이다. 일본은 혈당관리기기에 대한 치료·관리 수가 체계가 마련돼 있다. CGM는 월 7만5000원, 인슐린 펌프는 12만3000원으로 책정됐다. 일본의 인슐린 펌프 사용자 수는 한국의 70배 이상으로 파악된다.

1형 당뇨병 환자와 보호자는 질병 부담으로 일상생활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달 9일 충남 태안에서는 소아 당뇨병이 있는 9세 딸과 부모가 치료비 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도 발생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장은 “환자의 부모들은 폐지를 주워서라도 우리 아이 연속혈당측정기 안 끊기게 하겠다는 심정으로 살아간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회장은 “기기 사용 전후의 차이가 명확하고, 환자들이 혼자서도 자유롭게 외부에서 일상생활을 할 방법이 있는데, 제도 때문에 환자들이 사용을 단념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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