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혐오팔이’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입력 2024-0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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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혐오 표현일수록 호기심 자극
온라인서 정파성 띤 가짜뉴스 창궐
표현의 자유 허점에 통제받지 않아
선거철 한시적이나마 규제 필요해

20세기 중·후반 각종 정보통신 기술 개발로 시작된 정보사회에 대한 정의는 시각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아마 경제학적으로는 ‘정보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커지면서 경제활동의 중심에 위치하는 사회’ 정도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모든 활동이 데이터화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정보들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는 의미다. 경제적 가치와 무관했던 인간의 행위가 경제적 재화가 된 것이다. 인격권 관점에서 보호받아왔던 개인 정보들이 재산권으로 변화되었다. 지적 재산권 같은 무형상품은 물론이고 초상권이나 프라이버시도 경제적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의 진화로 개인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인터넷 플랫폼의 경쟁력은 바로 방대한 규모의 개인 정보에 기반하고 있다. 당연히 개인정보 보호나 남용과 관련된 규제는 뜨거운 정책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EU가 메타(페이스북)의 개인 정보를 이용한 광고행위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 맞춤형 광고(customized advertising)가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개인 정보 수집과 창출은 사람들의 플랫폼 이용과 트래픽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호기심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가지고 관심을 유도해 경제적 잉여를 창출하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선정적 내용물이나 혐오적 표현이 호기심을 유도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음란물 같은 반사회적 내용물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SNS 특히 유튜브 등장 이후에는 욕설이나 혐오적 표현들이 주범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혐오적 표현들은 이용자 개인에 대한 반사회적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혹은 집단 간 갈등을 조장해 사회적 분열을 유발하고 있다. 개개인의 편견을 가중시키는 확증편향을 넘어, 극단적 주장이 집단의견을 지배하면서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를 통해 정치·사회적 갈등을 가열시키게 된다.

혐오적 표현이 창궐하는 이유는 경제적 수익과 정치적 결속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내고 혐오적 표현을 상품으로 하는 정치 유튜버들이 많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용규제가 느슨한 온라인 공간의 허점을 이용해 가짜뉴스를 유포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혐오감을 상품으로 하는 일종의 ‘신념 산업’ 아니 ‘혐오산업’인 것이다.

온라인 매체들의 반사회적 내용물이나 가짜뉴스 규제를 위한 법 마련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정치 유튜브들이 각 정파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거나, 심지어 정치적으로 연대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온라인 공간에서 유포되는 가짜뉴스나 혐오적 표현 같은 반사회적 내용물 규제가 안 이루어지는 원인이 어쩌면 표현의 자유나 규제 실효성 같은 것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많은 나라들이 가짜뉴스와 혐오적 표현 때문에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시름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양극화, 혐오, 적대감, 팬덤 정치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수명을 다했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런 혐오감으로 형성된 반사회적 집단감성을 발판으로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하는 일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미 심각한 이념 갈등과 배타적 패권정치가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정치적 사건이나 행위들을 놓고 극단적인 혐오적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차기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혐오팔이’로 돈을 버는 정치 유튜버들에게 그야말로 메뚜기 한 철이 도래하고 있다. ‘감히 돌을 못 던지기’보다 ‘앞장서 더 힘차게 돌을 던지는 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권이라면 선거기간만이라도 가짜뉴스와 혐오적 표현에 대한 한시적 규제책이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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