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가상자산 장외거래소를 개설해 5800억 원대 코인 암거래를 중개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국내 최대 OTC 거래소’라고 광고하며 속칭 ‘OTC(Over the Counter)’로 불리는 가상자산 장외거래를 활용해 음성적인 자금세탁 거래를 조장한 미신고 불법 가상자산 업체에 대한 검찰 첫 수사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 범죄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 부장검사)은 12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OTC 업체 대표 A(40) 씨를 구속 기소하고,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해외 도주 중인 직원 2명은 기소가 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불법 OTC 거래소를 개설해 5800억 원 상당의 코인을 매매‧알선‧중개한 혐의를 받는다. 70억 원 상당의 중국 위안화를 국내 원화로 ‘환치기’해 불법 환전‧송금한 혐의도 있다.
2021년 3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는 신고를 거쳐 금융기관과 동일한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지도록 규정됐지만, 미신고 OTC 업자를 통한 코인 거래는 당국의 감독이 어려워 음성적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크고 거래 규모 파악이 힘들다.
A 씨는 업체를 ‘국내 최대 코인 OTC’로 홍보하면서 여의도‧강남‧대림‧부천 등 4곳에 오프라인 점포를 내고 환전영업소로 위장 영업하며 불법 OTC 거래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900억 원대 코인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8) 형제는 이 거래소를 통해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이들 형제 2명은 OTC 거래소를 범죄 수익인 t코인 판매대금 235억 원을 은닉하고, g코인 판매대금 56억 원을 유용하는 창구로 썼다는 게 서울남부지검 설명이다.
가상자산 범죄합수단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코인 암시장을 개설한 불법 가상자산 OTC 거래소를 처음 적발했다”면서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회피하며 사업 규모를 확대한 음성적 코인 장외거래 실체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강조했다.
합수단은 범죄수익‧뇌물 등 다양한 유형의 불법 자금이 OTC 거래소에서 세탁되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가상자산 장외거래 시장질서 확립에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합수단은 자금세탁 방지 제도를 침탈하는 가상자산 거래업자와 가상자산 관련 범죄수익 은닉사범에 엄정 대응해 가상자산 시장질서 유지와 선의의 시장참여자 보호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