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저출산 '공포 마케팅', 이제 약발이 떨어졌다

입력 2024-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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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정책기획단 저출산·고령사회분과 과제 점검회의가 진행 중이다. (뉴시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정책기획단 저출산·고령사회분과 과제 점검회의가 진행 중이다. (뉴시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충격적인 인구 전망을 발표했다. 9일 발간한 ‘인구감소 적시 대응을 위한 출산율·이동률별 인구변화(2023~2123)’ 보고서(유재국·박선권 입법조사과)에서 초저출산과 수도권 쏠림이 지속하면 100년 뒤 총인구가 513만1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 광주·대전·울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제주 등 10개 시·도의 총인구가 10만 명을 밑돌고, 이 중 경북 인구는 현재 인구의 1%도 안 되는 1만900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을 피할 유일한 대안은 출산율 회복이다. 2070년 이후 총인구 3000만 명 이상을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단계적으로 2.1명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사실 인구소멸 시나리오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 등 다른 통계 결과도 구체적인 수치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문제는 출산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다. 미래가 암울하다고 개인들이 혼인·출산을 결정하진 않는다. 추계에서 제시된 50년 뒤, 100년 뒤는 지금 젊은 세대에 너무 먼 미래다. 인구소멸이 앞당겨져 경제 규모가 축소되고, 사회 전체 부양 부담이 증가한다고 해도 그건 국가의 문제지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이런 ‘공포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만 낼 우려가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연금 개혁이다. 2007년 마지막 개혁 이후 국회·정부·언론의 전략은 ‘기금 고갈론’을 앞세운 공포 마케팅이었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 현재 세대가 부담을 짊어지잔 논리였다. 그 결과는 17년째 개혁 무산이다. 가입자들을 겁박하던 이들이 기대한 건 애국심 내지는 두려움에 기인한 개혁 동참이었을 텐데, 오히려 정부와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만 깎아 먹었다.

출산율 문제도 마찬가지다. 혼인·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 이들을 역적으로 몰아봐야 반발심만 키울 거다.

공포 마케팅, 거시적 전략에서 희망 마케팅, 미시적 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출산율이 오른 미래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보육·교육 서비스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고, 소비가 늘고, 지역경제가 살 거다. 부양비 감소로 조세 부담은 낮아질 거다. 단순히 인구구조가 어떻게 변하느냐를 넘어 사회 전반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 실현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출산율이 2명대로 오르면 펼쳐질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전망은 고위 추계도 출산율 1명대 초반을 전제로 한다. 저위·중위 추계와 비교해 미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출산율이 오르는 것의 의미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한단 의미다.

저출산 대응전략도 기회비용, 기대이익 등 개인적 차원에서 수립해야 한다. 수요자들이 결혼·출산이 더 이익이라고 여기게끔 정책을 만들거나 보완해야 한다. 또 저출산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인 만큼, 지방 거주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공포 마케팅은 이미 오래 전 약발이 떨어졌다. 더는 약이 안 든다면, 약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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