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파워가 신사회질서 이끌어
불확실성 가속…사회안전망 강화를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많은 사람이 ‘격동의 한해’를 말한다. 미국의 대선과 한국의 총선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다. 이는 한 국가의 변화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많은 사건 속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구조와 지형이라는 커다란 힘이 작용하고 있다. 미래학에서는 이것을 ‘변화의 동력’이라고 하고, 일반적으로는 ‘트렌드’라고 한다. 격동의 사건 속에 숨어 있고, 그것을 촉발시키는 변화의 동력을 이해하면 격동에 휩쓸리지 않고, 격동의 흐름을 파도 타듯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나라와 기관에서 나온 미래 전망 보고서를 보면, 5개의 영역 즉, ‘자연, 기술, 경제, 권력, 사람’의 영역에서 변화의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 첫째, 지구와 자연의 수용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인간의 자원과 에너지 사용은 지구의 자기정화 능력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는 점점 누적되어 당장 탄소배출을 제로로 하더라도 수십 년 이상 지구는 계속 더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온난화에 의한 자연재해와 경제적 손실은 막대할 것이다.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술과 서비스의 개발, 소비자는 절약과 친환경 소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둘째, 디지털 기술이 점점 더 파워를 키워 나가고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이 SW, 앱, 웹에 기본적으로 장착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능력을 보강하는 데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던 일이 쉬워진다는 것은 그 일을 직업으로 하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또한 힘이 커진다는 것은 힘을 휘두르는 집단의 위험성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의 편향과 차별에서부터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이윤 추구까지 디지털 파워는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셋째, 경제 질서의 균열과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통화 팽창,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은 인플레이션과 세계무역 질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으로 이어지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은 재택근무, 원격근무, 플랫폼 및 긱 노동 등 불안정 노동도 증가시키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사회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공동체의 신뢰와 협력이 위협받고 있다. 의존할 것은 개인의 능력뿐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안정망과 복지 확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넷째, 권력과 정치 분야에서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 통제가 강화되고,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더 권위주의적으로 되고, 영향력이 커지는 등 세계적으로 권위주의의 영향력이 늘고 있다. 가치중심의 동맹구도가 강화되고, 한반도에서는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립 구도가 다시 형성되며 긴장도를 높여가고 있다. 권위주의는 교조주의, 종교주의, 보수주의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다양한 대립과 갈등, 포퓰리즘과 가짜 뉴스 등 정치적 혼란을 키우고 있다. 패거리에 휩쓸리지 않는 개인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다섯째, 이러한 격동 속에서도 사람들은 더욱 웰빙에 대한 욕구를 키워 나가고 있다. 선진국은 노년 인구의 증가, 개도국은 젊은 인구의 증가 속에서 노년층과 젊은층 모두 웰빙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행복의 가치와 중요성이 증가하고, 개인중심, 일과 여가의 균형 추구, 여성권력 향상, 동물권 보장 등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웰빙의 욕구는 커지지만 웰빙의 환경은 악화되는 모순도 커지고 있다.
올해도 격동의 시대가 될 것이다. 격동에 휩쓸리지 않고, 격동의 흐름을 파도 타듯이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