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전통 제약사들의 3분기 매출액(연결, 누적 기준)은 유한양행이 1조421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GC녹십자(1조2217억 원), 종근당(1조1648억 원) 등의 순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매출액 3조 원을 돌파했는데, 지난해 3분기에는 창사 이래 처음 분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였다.
종근당은 그동안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국산 신약을 출시하였지만 글로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기술수출의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노바티스에 희귀질환 샤르코 마이투스병(CMT) 신약 후보물질 CKD-510을 1조 7000억 원 규모에 기술 수출하였다. SK바이오팜은 미국시장에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로 연간 3000억 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와는 달리 바이오벤처는 레고켐바이오, 오름테라퓨틱스 등 역량 있는 일부 기업 외에 3고(물가, 환율, 금리) 환경 속에서 투자 위축으로 경영과 연구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 트렌드는 네 가지 부문에서 주목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모달리티(Modality)인 치료적 접근방식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버텍스와 크리시퍼 테라퓨틱스가 공동개발한 유전병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가 승인되면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주목을 받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비롯하여 Car-T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둘째, 질환 부문은 항암제, 알츠하이머, 비만치료제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인구 고령화로 인해 질병 부담이 큰 분야가 알츠하이머이다. 그동안 증상 완화 정도의 약물들에 비해 원인 치료가 가능한 레켐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2023년 7월)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셋째는 디지털헬스케어다. 국내에서는 의료 AI를 중심으로 루닛과 같은 전문업체 이외에 축적된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드림씨아이에스 등 임상수탁기관(CRO)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술 또는 기업 M&A이다. 글로벌 금융 등 미래 불확실성 대응과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기술 또는 기업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기술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혁신 노력들이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제약바이오산업은 국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엔데믹 상황에서 금리 등의 영향으로 자금 유동성이 위축되었지만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에 맞추어 연구개발, 글로벌 진출 등이 회복 내지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노력은 미래에 중요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100년 전통을 이어온 한국 제약산업이 도약하기 위해 다시 100년을 내다보는 심모원려(深謀遠慮)로 접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