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에 '1경전자'?...개혁신당, 총선 포퓰리즘 우려 ​

입력 2024-01-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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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당 200만 원 돼야"
일각 '총선용 포퓰리즘' 논란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용남 개혁신당 전략기획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혁신당 정강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1.1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용남 개혁신당 전략기획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혁신당 정강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1.15. scchoo@newsis.com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가칭)이 '개미(소액투자자)' 민심 잡기에 나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으로 '코스피 5000, 코스닥 2000시대', '쪼개기 상장 금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내걸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선을 노린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용남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22대 국회 임기 내 코스피 5000, 코스닥 200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주식은 세계적으로 가장 싼 주식"이라며 "한국 주식의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때문이 아닌 지배주주(일명 오너)를 제외한 소액주주를 홀대하고 무시하는 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애플이나 엔비디아 수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한다면, 소위 '국민주'인 삼성전자는 지금의 '7만 전자'가 아닌 주당 200만 원대의 가격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

이에 개혁신당은 입법 과제로▲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모든 주주 충실의무 규정 ▲경영권 인수시 주식 100% 공개매수 의무화 ▲물적 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 금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장회사의 전자투표제와 전자위임장 도입 ▲집단소송제도 개혁 ▲증거개시제도 도입 ▲거버넌스 개선 기구의 국회 설치 등 8가지를 제시했다.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도 "개혁신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지정학적인 리스크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식시장의 구조적 병폐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주식시장에 있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병목 지점을 뚫어내는 데 개혁신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몇 공약을 두고 정치권과 증권가 안팎에서는 논란이 불거졌다. 예시로 든 삼성전자 주식에 미국의 애플이나 앤비디아 수준의 PBR을 적용해 개혁신당 측이 계산한 200만 원으로 환산하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1경 2000조 원이 된다. 현재 삼성전자 총 주식은 60억 주에 육박하고, 시총은 약 438조다. 여권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총이 1경으로 가면 코스피는 얼마나 오른다는 것이냐"라면서 "이건 '갓스피'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개혁신당 공보본부는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주당 200만 원의 가격은 미국의 애플 PBR(주당 순자산 비율) 46배, 엔비디아 PBR 40배에 근거해 산출한 가격"이라고 추가 설명자료를 내놨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두 기업을 단순 비교해 공약을 내놓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이익이 제일 많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커머디티(상품)를 만드는 회사다. 거의 벤처기업처럼 움직이는 앤비디아와는 비즈니스 모양이 다르다"며 "삼성전자와 비슷하다고 알려진 TSMC도 삼성전자와 다른 회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잘 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정말 디스카운트를 얼마만큼 받고 있는지를 단순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코스피 5000시대'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2022년 증권, 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주가지수 5000포인트를 향해 나아가자"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7년 "정권기간 내에 코스피지수를 5000까지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코스피는 추락했고, 양적 완화로 증시를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외에 ​​경영진의 잘못된 행위로 소액주주 등이 피해를 입었을 때 법률상 자문을 받거나 중재하기 위한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 국회 산하 설치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 대한 불신이 클 수는 있으나, 국회는 입법 기관인데 실제 오퍼레이팅(운영)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또 지주회사 1개만 상장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공약과 관련해서도 "현재 기업들이 금산분리가 돼 있고 지분 구조가 상호 출자가 다 돼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계열 지주사나 금산분리법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재 대기업에 한해 LG, SK 등이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갖고 있고, 롯데, 한화, 삼성 등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기업들이 다수다.

정치권의 이른바 '동학 개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정책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취지는 알겠으나, 시장을 이렇게 몰고 가면 오히려 개미들이 더 많은 투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공매도도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분도 있다"며 "올해는 선거의 해니까 미국 대선도 있고, 경제 부분의 최대 리스크는 정치적인 일정들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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