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위 진단’ 아이돌에 집유 판결, 병역기피 권하나

입력 2024-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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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법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는 보도가 어제 나왔다. A 씨는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고 한다.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 후 거짓 인지기능 장애 진단서로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처분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정신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데도 마치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행세해 병역의무를 기피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라고 했다. 현역 징집을 피하기 위해 술수를 부렸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초범이며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한다. ‘초범’ 등의 감형 사유에 혀를 차게 된다. 이런 범죄에 재범, 3범도 있을 수 있나.

A 씨는 하루 8시간 기준 열흘간 사회봉사를 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과거와 달리 병역이 감면되지는 않기 때문에 후일 현역병으로 복무하게 된다. 그러나 집유는 국방의 의무를 면탈하는 중대 범죄의 형벌로는 너무 가벼우니 탈이다.

병역 비리에 대한 온정적 판결은 국민 정서에 반한다. 2004년 프로야구, 2009년 프로축구 선수들에 이어 지난해엔 유명인 포함 병역면탈사범 137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다들 브로커와 공모해 발작 등 뇌전증을 거짓으로 꾸며내 병무청에 허위 진단서를 제출하기 일쑤였다. A 씨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처벌이 집행유예에 그친 것도 비슷하다.

대한민국은 휴전 상태에 있다. 북한은 무력 도발을 일삼는다. 최근엔 극초음속 고체연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불변의 주적”, “초토화”라는 극언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돌의 병역기피 시도를 눈감아줘도 무방할 만큼 국가안보 여건이 태평스러운지 묻게 된다.

북한 오판과 도박을 막으려면 안보의 근간을 다져야 한다. 그 기본 중의 기본은 병력 증강이다. 제아무리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K- 방위산업이 위용을 떨쳐도 병사가 없으면 국가 존립은 장담할 수 없다. 근래 군 병력 규모는 2002년 69만 명에 비할 수 없이 격감하고 있다. 50만 명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인구학 문제에 안보가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여기에 A 씨 같은 기피 사례가 늘고 솜방망이 판결마저 더해지면 설상가상이다. 망국적 기류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속의 한류를 상징하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과 뷔는 지난해 12월 입대해 그제 육군훈련소에서 수료식을 마치고 이등병 계급장을 달았다. ‘최정예 훈련병’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어제는 지민·정국이 신병교육 수료를 신고했다. K팝 열풍을 대표하는 BTS의 다른 구성원들도 줄줄이 군복을 입고 있다. 그 누구라도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없이 웅변하는 대견한 사례다. 그런데, 저 어두운 골목길에서 일부 못난이들이 술수를 부리고 법원은 솜방망이 판결을 내놓는다. 못된 송아지의 엉덩이에서 뿔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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