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성 배터리협회 부회장 “전후방 산업 모두 글로벌 경쟁력 갖춰…반도체도 못한 일” [이슈&인물]

입력 2024-01-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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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제공=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제공=한국배터리산업협회)

“지난해는 배터리 산업이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원년이라 평가합니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과 배터리 전략 제휴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 점은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다만 음극재, 전구체 등 중국에 의존해 온 핵심 광물의 공급망 내재화 투자에 대한 실질 지원이 다소 미흡했던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태성<사진>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1주년을 맞은 소회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박 부회장은 “대통령 주재 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가 개최됐고, 관계 부처의 종합 지원 방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국회도 설비 투자 세액 공제 상향 조정, 공급망 3법 등 입법 지원을 해줬다”면서도 “공급망 안보와 경쟁력 차원에서 좀 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2년 상공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지역경제총괄과장, 통상정책총괄과장, 산업부 산업정책관과 무역투자실장 등을 역임한 산업·통상 전문가다.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내며 국내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셀 투자 안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3월부터 협회 상근 부회장에 취임해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박 부회장이 배터리 산업에 관심을 가진 건 2009년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에서 배터리 담당 과장을 맡았을 때다.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제너럴모터스(GM)와 BMW에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투자를 단행한 시기다.

그는 “일본은 하이브리드 차량 배터리가 대세였고,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초기 수준에 불과할 때였다”며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협회 설립과 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한 인연이 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 대사를 역임할 때는 전기차와 배터리 투자 협력이 양국 경제 협력의 주요 사안이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K-배터리 수주 1000조 원 시대…글로벌 경쟁력 갖춰

그러나 반도체를 이을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던 배터리 산업은 최근 전방 시장인 전기차 수요 둔화와 수익성 하락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기업 실적도 주춤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세계 시장 침투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48.4%로, 전년 동기(53.9%)보다 5.5%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중국 CATL은 한 해 동안 86.5% 성장하며 시장점유율을 22.1%에서 27.7%까지 끌어올렸다. BYD는 448.7%의 성장률을 기록, 점유율 6위(1.9%)에 이름을 올렸다.

박 부회장은 “우리 배터리 업계는 수주 잔고 1000조 원에 달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해왔지만, 올해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동차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속 성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K-배터리는 노동, 환경, 인권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글로벌 역량에서 중국 기업에 앞서 있다”며 “특히 배터리 셀, 소재·부품, 장비 등 전후방 산업 모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도 해내지 못한 점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제동 걸린 K-배터리…취약점 개선하고 기술 경쟁력 높여야

박 부회장은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가 잠시 주춤해진 지금을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고, K-배터리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동안 배터리 업계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왔고, 그 결과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기술력과 인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함으로써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광물의 높은 해외 의존도는 약한 고리”라면서 “IRA 대응, 공급망 안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IRA 합치 공급망 재편 △사용 후 배터리 법제화 △산업인력 양성사업인 배터리아카데미 출범 △기술 초격차 연구개발(R&D) 확대 등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그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는 가운데, K-배터리의 역할은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선진국 시장이 ‘얼리어답터(초기 구매자)’에서 대중화 단계로 전환되고 있고, 소비자의 구매 패턴도 전기차의 친환경 측면과 함께 가격, 성능,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도 미드 니켈, LFP 배터리 생산 등으로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K-배터리가 글로벌 혁신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한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면서 미래시장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확실한 대외 여건 속 위기를 기회로”

올해는 세계 경기 둔화와 중국의 과잉 공급, 광물 가격 하락 외에도 미국 대선 결과가 배터리 업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선제적으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IRA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2025년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받는 세제 혜택이 연간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IRA 폐기’를 내세우면서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나 대처 가능한 리스크라고 본다”며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이기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마음으로 대외 여건의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불확실한 대외 여건 때문에 배터리 업계가 악전고투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도와준다면 K-배터리가 더욱 내실을 다지고 재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IRA 합치 공급망 투자, 사용 후 배터리 법제화, R&D 및 인력 양성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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