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기후 대응, ‘공유지의 비극’ 경계해야

입력 2024-0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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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산업화시절 성장 결과 ‘기후위기’
충격 느끼면서도 나서는 이 없어
AI 활용…‘지구윤리’ 학습케 해야

전 세계에서 들려오는 기상이변 소식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기온이 영하 50도 수준으로 떨어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폭우와 폭설 그리고 가뭄, 산불 등으로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경제에도 큰 타격을 받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는 기업이나 국가 심지어 개인들에게도 미래 설계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수가 되었다.

우선 경작지의 변화로 인한 식량생산 차질과 공급망 변화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기후낙담자의 가파른 증가로 인한 학업포기, 일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 사회적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 사실 기상이변의 피해보다 사회 전반에 기후낙담자가 증가하여 이들이 미래를 포기하고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 어쩌면 더욱 공포스러운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큰 병에 걸려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병을 극복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한 상태라면 사회 일부의 문제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기후낙담자가 될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회복탄력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이렇게 전 인류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최대 난제가 되었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 인류의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기후위기는 산업화 이후 인류가 추구해 온 양적 성장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 의미는 지금의 상식을 뒤집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의 산업구조, 가치관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 ‘탈물질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국제사회는 여전히 지금의 상식을 유지한 채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산업화 이후의 상식을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글로벌 공유지의 비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모두가 지구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도 결국은 애국을 빙자한 지구 파괴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한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지구적 윤리관은 애국을 뛰어넘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인데 스스로 반문해 봐도 이런 인식은 아직 우리 가슴에 새겨져 있지 않다.

이런 와중에 인공지능의 발전은 가히 폭발적이다. 인공지능의 처리능력은 개발한 과학자들조차 어떻게 답을 도출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불과 몇 년 후면 인공지능은 ‘초지능’ 또는 ‘외계지능’으로 불리며 인간이 탄생시킨 또 다른 생물종이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달은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 마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처럼 장착되어 우리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고급 일자리마저 빼앗아갈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 같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에 많은 혜택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탈물질화를 가속화시키면서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런 인공지능에도 지구적 윤리관이 장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류가 지구적 윤리관을 상식으로 갖고 있지 않으니 인공지능은 당연히 이러한 의식을 갖고 있을 리 만무하다. 따라서 어느 나라에서 개발된 인공지능이냐에 따라 국가적 관점의 이익을 따라가게 된다면 인류는 가공할 만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물리적인 위협이라면 인공지능은 정신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인공지능이 지구적 윤리관을 장착하고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가운데 물리적 공간을 최적화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면, 인류 최대의 난제인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풍요로운 공존의 시대를 만들어 가는 데 인공지능은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시민 모두가 지구적 윤리관(Ethical)에 따라 지속가능한(Sustainable) 방법으로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자는 ESGG 프레임워크를 통해 우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도 지구적 선을 추구하도록 학습되어야 한다. 이러한 윤리관이 소수의 주장으로 상식이 될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상식이 될 수 있다. ESGG가 그러한 방법론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러한 새로운 상식이 지구촌에 빠르게 뿌리내려야 한다. 이는 현재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일지 모른다. 이것이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인공지능도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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