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현 "준연동형은 대국민 약속…멋있게 지는 게 낫다"

입력 2024-01-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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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野 문제, 민주주의 실종·팬덤정치…통합선대위 필요"
"이낙연 등 탈당파 잘됐으면…난 민주당 바꾸겠다"
서울 송파을 출마…"尹정권에 철퇴 내릴 수 있는 곳"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중·장년 남성층이 즐비한 정치권에서 박지현(27)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존재는 눈에 띈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을 파헤친 '추적단 불꽃' 활동을 계기로 2년 전 정계 입문, 친구들이 취업을 고민할 나이에 과반 의석 제1야당을 지휘했다. 비대위원장 신분으로 민주당 기득권의 상징인 '86세대' 용퇴, 온정주의·팬덤정치와의 결별을 주장해 내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부침을 겪을 대로 겪었지만, 당을 향한 쓴소리는 비대위원장 시절이나 제22대 총선 출마(서울 송파을) 채비에 나선 지금도 진행형이다. 당이 결론을 내지 못한 선거제는 이재명 대표 공약이었던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유지를, 성 비위 의혹에 연루된 인사 컷오프(공천 배제)도 거침없이 주장한다. 도덕성 등 '고장 난' 민주당의 가치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서다.

박 전 위원장은 18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준연동형은 이 대표의 대국민 약속"이라며 "본전도 못 건지고, 멋지지도 않고 추하게 지는 것보다 '멋있게 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이 대표가 선거제와 관련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해 병립형비례제 회귀 관측이 나온 데 대한 답변이다.

현재 당내에선 준연동형 유지 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이 확실시되는 만큼 비례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병립형 회귀론과,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해 이 대표가 위성정당 금지를 전제한 준연동형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이 대립하고 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군소 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제안에는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인식되는 문제를 어떻게 불식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국민 보기에 납득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논의와 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시절 내홍의 중심에 있었던 이유로는 "철저한 외부인의 시각으로 민주당을 봤다"며 "온정주의, 성범죄 등을 가감 없이 비판하며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어느 순간, 정치에서 정말 중요한 대화와 타협을 소홀히 한 것 아닌가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주로 듣다 보니, 내가 말해도 '또 안 된다고 하겠지'라는 생각에 대화 자체를 두려워한 한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그러면 안 됐다"며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에 대해선 "잘 되길 바란다. 그래야 민주당도 더 혁신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을 계속 지킬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비대위원장을 하며 만난 분들께 '당을 잘 바꾸겠다'고 수없이 약속했다"며 "민주당 본래 가치를 복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새집을 지을 사람이 있고, 살던 집을 잘 고쳐낼 사람도 있다. 고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로는 다양한 의견을 내지 못하게 하는 ▲팬덤정치 ▲민주주의 실종 등을 꼽았다. 개선 방안으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포함된 통합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했다.

일부 예비후보 검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도덕성은 민주당의 존재 가치"라며 "특히 성희롱 등 성 비위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걸러야 한다. 더 엄격하고 단호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마 이유에 대해선 "디지털성범죄 등 문제를 뿌리 뽑으려면 결국 입법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문제만은 멱살 잡고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호 법안'으로는 디지털성범죄 등 온라인 공간의 안전을 보장하는 '디지털기본법'을 구상하고 있다.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말엔 "당신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다음은 박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서울 송파을에 출마한 이유는.

"민주당에 굉장히 어려운 곳이다. 출마한다면 국민의힘이 이긴 지역구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만과 독선의 윤석열 정권에 철퇴를 내릴 수 있는 지역이다. 서울 여성 거주율 1위이기도 하고, 청년도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안다. 서울의 미래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 표준이 될 수 있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고자 송파를 선택했다."

-송파에 와보니 어떤가.

"이사를 온 지 한 달 정도 됐다. 인도도 넓고 살기 참 좋은 곳이다. 다만 안전 문제로 넘어가면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지금 빌라촌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촌과 달리 밤이 되면 구석구석이 어둡다. 이사한 집 앞 현관문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어 놀랐다. 예전에 여성 혼자 사는 집에 누군가 이런 식으로 체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해 추가로 이중 잠금도 설치했다. 아파트든 빌라든 무슨 동에 살든 안전은 국민이 일반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다. 그 간극을 메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느낀 지역 민심은.

"근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분들의 정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분들이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 이야기를 하며 '민주당이 문제'라고 했다.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당대표였던 분이 수사받고 구속된다는 것이 국민 보기에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소 동네에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다. 저를 좋아하지 않는 당원들도 적지 않으니 우려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격려와 응원을 많이 받아 감사하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정치한 지 아직 2년이 안 됐다. 2022년 1월 27일 민주당에 영입될 때의 마음은 그대로다. '추적단 불꽃' 활동을 하면서 n번방 피해자,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분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불꽃'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치권 입문을 결심했고, 그런 문제를 뿌리 뽑으려면 결국 입법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만은 멱살 잡고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비대위원장은 끝없이 약속해야 하는 자리다. 82일 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의원이 돼서 그때 드렸던 약속들을 하나씩 실현해나가고 싶다."

-1호로 발의하고 싶은 법안은.

"온라인세상이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디지털기본법'을 만들고 싶다. 마지막 개헌이 이뤄진 지 30년이 넘었다. 그땐 디지털 세상이란 것이 거의 없는 시대였다. 시대가 바뀐 만큼 법제도도 따라와 줘야 한다. '불꽃' 시절 '범죄자들은 람보르기니 타고 저 앞에서 가는데 경찰은 현 제도 안에서 경운기 타고 쫓아가는 것 같다'는 한 경찰분의 말이 인상에 남는다. 디지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디지털 관련 법은 국회에서 지금보다 더 속도감 있게 논의하고 만들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비대위원장 시절 당내 마찰도 적지 않았는데.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비대위원장 자리에 있으면서 철저한 외부인의 시각으로 민주당을 봤다. 당내 온정주의나 성범죄에 대해 가감 없이 비판했다. 잃을 게 없으니 이 짧은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어느 순간, 정치에서 정말 중요한 타협과 대화를 소홀히 하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박이 있었던 것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초반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많이 듣고 논의하고 일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주로 듣다보니, 내가 말해도 '또 안 된다고 하겠지'라는 생각에 대화 자체를 두려워한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그러면 안 됐다. 직을 그만두고 1년 반 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 앞으로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저서(이상한 나라의 박지현) 제목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나.

"서로가 서로에게 이상했던 셈이다.

-현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와 개선 방안은.

"팬덤정치와 당내 민주주의 실종이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이 민주당스럽지 않은 모습이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포함된 통합 선대위를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 체제는 어떻게 보나.

"당 지지율이 윤석열 정권의 부정 평가 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당이 국민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을 계속 말했는데, '내부총질'로 비춰지는 것이 속상했다.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윤석열 정권의 폭거를 막을 수 있다. 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고, 대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승리를 위해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결국 이낙연 전 대표 등의 탈당을 막지 못했는데.

"내 기준에서는 이 대표가 말하는 '통합'에 대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피습 사태를 겪어 입원한 상황에서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었겠다는 생각도 있다."

-1심에서 실형을 받거나 성 비위 논란이 있었던 정치인에 대해 당 검증위가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내려 논란이 됐는데.

"도덕성은 민주당의 존재 가치다. 지금 국민의힘이 더 센 기준을 갖고 나오려는 것 같은데 민주당은 아직 온정주의적 태도가 남아 있다. 특히 성희롱 등 성 비위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걸러야 한다. 더 엄격하고 단호하게 검증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서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민주당 후보가 돼야 한다."

-선거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더 많은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런데 결국 우리도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정말 많은 사과를 했다. 제 얼굴에 침뱉기와 같은 것이었다. 대선, 지선 때도 이에 대해 사과했고 이 대표조차 '정치 개혁은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했는데, 다시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은 국민 신뢰의 문제가 된다. 민주당 이름을 걸고 선거에 나가는 후보들의 약속을 국민이 어떻게 믿냐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약속을 뒤집어선 안 된다."

-이 대표의 '선거는 승부인데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발언에 대한 입장은.

"준연동형은 이 대표의 대국민 약속이다. 본전도 못 건지고, 멋지지도 않고 추하게 지는 것보다 멋있게 지는 게 낫다. 병립형만 이기는 길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연동형이 멋지게 지는 길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승리 전략이어야 한다. 재고 여지가 있으니 옳은 판단을 하실 것이다."

-당내에선 준연동형으로 가면 비례대표 의석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

"우리 당이 지금 1당이다. 지방선거 유세를 다니며 국민께 '표를 달라'고 말씀드릴 때 '표 몰아달라고 해서 180석 줬더니 뭘 했나'라는 지적을 참 많이 받았다. 이런 뼈아픈 질책에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아직도 미흡하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단 이겨야 하기 때문에 약속을 뒤집고 지지해 달라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군소 야당의 비례연합정당 제안에 대한 생각은.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인식되는 문제를 어떻게 불식하느냐가 중요하다. 국민 보기에 납득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논의와 재고가 필요하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낙연 전 대표 등의 신당 창당을 어떻게 보나.

"존중한다. 솔직히 잘 되길 바란다. 그래야 민주당도 더 혁신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합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노코멘트하겠다."

-민주당을 계속 지킬 생각인가.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만난 분들께 '당을 잘 바꾸겠다'고 수없이 약속했다. 약속을 믿고 민주당을 지지한 분들도 계시는 만큼 민주당의 본래 가치를 복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새 집을 지을 사람이 있고, 살던 집을 잘 고쳐낼 사람도 있다. 고치는 역할을 하겠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는.

"쌍특검 거부권을 예상했지만, 대통령으로서 그러면 안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 약속한 공정과 상식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적어도 그 가치만은 지켜줄 거라고 기대한 국민을 저버린 것이다.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정권이 됐다. 공정과 상식, 대화와 타협이 단절된 정부다. 국민과 더 소통하겠다는 이유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지만, 대통령 스스로 용산에 고립된 것 같다."

-'86세대 용퇴'를 주장했었다. 아직 유효한가.

"이번 총선은 '과거 대 미래' 구도다. 지금 민주당을 상징하는 것은 '기득권 86세대'다. 민주화에 헌신한 공로를 존중하고,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미래를 위한 세대교체도 필요하다. 미래세대가 정치권에 나올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결단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인 박지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당신을 지키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지금 정치가 지키지 못하는 수많은 소외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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