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F1 슈퍼카를 만나다

입력 2024-01-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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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에도(스페인)=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우리 아이가 요즘 ‘포뮬러 원(F1)’에 푹 빠져있다. 넷플릭스 시리즈는 벌써 몇 차례 돌려보기를 하고 있고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더니 급기야 F1 자동차 스티어링 휠을 꼭 빼닮은 게임기까지 사버렸다. 그리고는 ‘꿈이 이루어졌다’는 둥 흥분을 감추지 못하길래 “너, 공부는 언제 하냐?” 한마디를 던지며 웃고 말았다.

이런 녀석을 위해 깜짝 선물로 F1 경주용 자동차를 전시해 놓은 박물관을 방문했다. 스페인 서북부 아스트리아스 지방의 오비에도에는 ‘페르난도 알론소 박물관(Museo y Circuito Fernando Alonso)’이 있다. 최고령 현역 F1 드라이버인 알론소는 2015년 고향에 9만5000㎡ 규모로 박물관, 카트 서킷, 골프장을 갖춘 F1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알론소는 그랑프리 우승 32회에 두 차례 월드 챔피언까지 오른 스페인의 F1 영웅. 세 살 때 카트라이더에 입문한 그는 발군의 실력으로 승승장구했다. 19세 때 F1팀에 입단했고 페라리, 알핀, 맥라렌, 르노 등 쟁쟁한 팀을 거쳐 현재 애스턴 마틴 팀에 소속돼 있다. 박물관 1층엔 그가 세 살 때 운전했던 카트와 유소년기 그의 천부적 재능을 입증시켜준 카트, 유니폼, 헬멧, 트로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카트 코너를 지나면 20여 대의 경주용 차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날렵한 곡선미, 거대한 바퀴, 육중한 엔진 등 첨단 자동차 산업이 만들어낸 걸작을 마주하자 시속 300㎞에 굉음을 내뿜는 F1 레이싱의 열기가 느껴졌다<사진>. 공기역학을 적용한 디자인 변천사, 스티어링 휠에는 무슨 기능이 있고 24시간 연속주행 레이스용 차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F1 마니아’인 아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전시품을 감상하니 한결 이해가 쉬웠다. F1 경주용 차 한 대 가격이 대략 200억 원 정도인데 “이게 다 얼마냐?” 놀라워하자 아들이 “전시된 차들은 엔진이 없어 그 정도는 아니다”고 한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극비’인 엔진을 빼고 차체만 알론소에게 넘겼을 거라고.

슈퍼카 중에는 스폰서로 ‘HANJIN’이라는 우리나라 기업의 이름이 있어 반가웠고 2010년 영암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트로피도 있어서 눈길이 갔다.

나오는 길에 서킷을 보니 카트스쿨에서 10대 초반의 앳된 아이들이 ‘제2의 알론소’를 꿈꾸며 레이싱복을 입고 운전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F1을 주름잡는 선수들도 다 저렇게 성장했다고 한다. 현재 몸값이 가장 비싼 F1 드라이버는 네덜란드 출신인 맥스 베르스타펜(레드불 F1팀)으로 지난해 연봉이 5500만 달러(약 712억 원)다. 오비에도(스페인)=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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