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논쟁 부르는 ‘경고 전 합의금 요구’

입력 2024-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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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피리본 대표/변리사 김세윤

‘그립톡’과 관련된 상표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립톡’이 스마트폰 후면 부착형 홀더의 보통명칭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어야 하는지와 별개로, ‘그립톡’의 상표권자(이하 ‘상표권자’)가 그립톡을 상품명으로 사용하여 판매하고 있는 개인 또는 업체에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일고 있다. 상표권자는 “그립톡에 대한 상표권 침해 및 상표법 위반에 대한 합의(협의) 요청서”임을 명확히 밝히며, 합의(협의) 후 등록상표의 무단 사용 행위의 중지 및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명칭을 ‘스마트 톡’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상표권자는 침해 중지를 먼저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침해 책임을 묻는다는 게 아니라, 합의금부터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립톡’에 대한 상표권의 유무를 알지도 못했고 스마트폰 후면 부착형 홀더를 다들 ‘그립톡’이라고 부르니까 그대로 사용했을 뿐인 개인이나 업체의 경우 경고도 안하고 바로 침해 책임 운운하는 게 억울할 수도 있겠다. 온라인 판매로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한 경우도 대부분인데 합의금으로 몇백만 원이나 달라고 하니 더욱 그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침해 경고를 먼저 할지, 아니면 바로 침해 책임을 물을지는 상표권자의 자유이다. 더구나 상표권의 침해는 등록상표를 사용한 자가 상표권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성립된다. 다른 지식재산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상표권 침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등록상표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표법 제112조는 ‘고의의 추정’을 규정하고 있다. 즉, 등록상표임을 표시한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한 자는 그 침해행위에 대하여 그 상표가 이미 등록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민형사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추정을 번복하기 위한 입증을 해야 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무상 쉽지 않은 부분이다.

판매 수익이 많지 않다면 상표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크지 않을 수 있는데 문제는 송사에 휘말리는 거 자체가 피곤한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침해죄로 기소되어 피의자로 출석요구를 받는다는 게 보통 사람들에게 결코 감당하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심리적 이유를 악용하여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합의요구서도 아니고 바로 기소장을 보낸 악성 사례도 있다.

이렇듯 ‘그립톡’과 관련한 상표권자의 합의금 요구는 법률상 문제가 없다. 또한, 이런 사건을 계기로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대폭 강화되는 측면도 있겠다. 다만, 상표권 제도 취지 또는 상도덕에 부합되는 권리 행사인지 묻는다면 필자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충분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침해를 의도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경고 없이 금전적 합의부터 강요하는 행태를 보면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강조한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가 민주주의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본 기고문은 합의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아니고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충분한 법률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는 바입니다.

아이피리본 대표/변리사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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