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중견기업 성장해서 불가"...'생계적합업종' 법리 싸움 주목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매형 회사 면사랑과의 거래 중단을 통보한 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함 회장의 남다른 가족 사랑에 새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중견기업이 된 면사랑이 더는 ‘생계형적합업종’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오뚜기를 상대로 주문자상표부작상품(OEM)을 중단하고 대체 거래업체를 찾아야 한다고 지난해 11월 통보했다. 하지만 오뚜기는 물량을 줄여서라도 면사랑과 계속 거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으나 결국 거부됐다. 이번 사례가 생계형적합업종 적용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제재 대상이 된 첫 사례인 만큼, 향후 정부와 오뚜기와의 치열한 법리 싸움도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와 면사랑은 15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오뚜기는 국수OEM 업체 면사랑이 지난해 4월 중견기업이 되자 거래를 계속하기 위해 중기부에 ‘생계형적합업종 사업확장’ 승인심사를 신청했다.
현행 법상 국수·냉면 제조업은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이 분야에서 새로 사업을 하거나 확장할 수 없다. 다만 기존에 사업을 해온 대기업의 중소기업 OEM만 예외다. 이 경우도 ‘최대 연간 OEM 출하량’의 130%까지 제품 생산과 판매를 승인했다. 이에 오뚜기도 면사랑과 연간 출하량 130% 한도 내에서 거래했으나, 면사랑이 최근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거래중단 위기에 봉착했다. 오뚜기는 면사랑에게서 연간 최대 출하량 기준 110% 이내로 줄여 납품받겠다고 했지만, 중기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면사랑은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큰 사위인 정세장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함 회장 입장에서는 ‘매형 회사’인 셈이다. 면사랑은 면 제품은 물론 면 요리에 들어가는 육수와 고명까지 모두 만드는 OEM 업체로, 주고객사가 오뚜기다. 과거 내부거래 이슈가 불거져 2005년 60% 이상이던 오뚜기 의존도는 2022년 기준 15%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함 회장은 그동안 가족·친족 위주로 사업을 영위, ‘남다른 가족 사랑’을 보여온 경향이 짙다. 면사랑 외에도 함 회장의 처남 회사인 풍림푸드도 오뚜기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풍림푸드도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2005년 72%였던 오뚜기와의 거래 비중을 2022년 28% 수준까지 줄였다.
함 회장은 최근 사돈까지 경영진으로 품었다.그의 장녀 함연지 씨의 시아버지인 LG전자 출신 김경호 씨를 최근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한 것. 함 씨와 함께 미국 거주 중인 남편 김재우 씨도 아버지를 도와 미국에서 해외사업에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함 회장의 장녀 함윤식 씨는 2021년 오뚜기에 입사, 현재 경영관리 부문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오뚜기는 면사랑과는 정상적인 비즈니스 관계라고 강조한다. 이미 거래를 30년간 지속했고, 신규 사업 진출이나 확장 건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중견기업과 아예 거래를 하지 말란 규정은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와 법 해석상 이견이 있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업계 관계자는 “앞서 정부 제재로 면사랑과 거래를 중단한 삼양사는 애초 비중이 작아 이번 오뚜기 사례와 비교하긴 어렵다”며 “면사랑 입장에서도 오뚜기와 거래를 중단하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