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흉기에 목을 찔리는 '정치 테러'가 일어난 지 불과 3주 만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습격을 받으면서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경호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9일 국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으로부터 잇따른 정치인 피습 사건 발생과 관련한 현안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피습 사건도 그렇고 배 의원 피습 사건도 그렇고 유사한 범죄, 모방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선거와 관련해 경찰의 경호하던지 경비 대책이 주로 선거운동 기간 중으로 제한돼 있는데, 이 기간보다 좀 더 앞에서부터 경찰이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윤 원내대표는 관련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 설치 여부에 대해 "특별기구를 만들 것인지는 좀 더 판단을 해보겠다"며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한 사안인지, 국회 차원에서 다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지 29일에 보고를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국회 차원의 정치테러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전현희 민주당 당대표정치테러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제는 국회도 테러방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국회 차원 정치테러대책특위 구성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과 관련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 촉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테러대책위를 구성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 위원장은 "테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로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대책위의 또 다른 임무"라며 "배현진 의원을 향한 테러 사건 역시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논의해 의장에게 건의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배 의원이 피습을 당한 25일 '정치테러 재발에 대한 긴급 지시문'을 내내고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안전 확보와 유사범죄 예방에 전력을 쏟아달라"고 경찰청에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실 한오섭 정무수석도 "지난번 이재명 대표 피습 때 관련 부처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경호 강화 조치를 했는데 추가할 일이 있다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연이어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한 데다가 추가로 유사·모방 범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치권은 긴장 상태로 선거 운동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여성, 남성을 떠나서 테러와 폭력이 꼭 정치인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을 상대로 폭력이나 테러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재발 방지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청도 최근 정치인 피습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상으로 '근접 신변 보호팀'을 운영하고 있는 경찰청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에 대해서도 정당 측과 협의를 거쳐 신변 보호팀 조기 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찰은 정당 측과 핫라인을 구축해 후보자별 유세 일정을 사전에 확인, 위험성 판단을 거쳐 적정 경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배현진 의원은 25일 오후 5시께 강남구 신사동에서 중학생인 A(15)군에게 돌로 머리 뒤를 가격당했다. A군은 배 의원에게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물은 뒤 성인 주먹 크기의 돌로 머리를 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대표도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김모(67)씨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목을 찔리는 습격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