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영풍 논란, 대표 입건에 부당해고까지

입력 2024-01-2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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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그룹 전 회장 고발
고용당국, 석포제련소 대표 입건도
계열사는 20년째 부당 해고 논란
오너 일가는 배당 이익 두둑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사진제공=대구환경청)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사진제공=대구환경청)

유독가스 누출로 4명의 사상자를 초래한 영풍그룹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이행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오너 일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법을 어긴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된 데 이어 인명사고가 되풀이하는데도 수십억 배당금 잔치를 벌인 것은 책임의식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2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 대책위원회,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15일 영풍그룹 전 회장인 장형진 고문을 경북지방경찰청에 ‘중대재해처벌법ㆍ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공대위는 고발 사유에 대해 장 고문이 25년 간 영풍그룹 회장으로 제련소를 운영해 왔고, 현재 직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직ㆍ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7년 이후 석포제련소에서만 근로자 1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6일 석포제련소에서 정련 과정 중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 4명이 복통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근로자 A 씨는 9일 사망했다. 이들은 정련 과정 중 발생한 불순물을 담은 탱크의 모터를 교체하던 중 맹독 가스에 노출된 탓이다. A 씨 몸에서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치사량의(0.3ppm)의 6배가 넘는 2ppm이 검출됐다.

고용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9일 영풍 법인과 박영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배상윤 영풍 석포제련소장과 하청업체 대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석포제련소장과 하청업체 대표 대상으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 위반을 했는지 살펴볼 것이며 영풍 대표에 대해서는 경영 책임자에게 부여하는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해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석포제련소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이 가능한 사업장이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한다.

20년 동안 4번 해고…“일하고 싶을 뿐인데”

▲영풍그룹의 계열사인 시그네틱스 해고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영풍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동욱 기자 toto@)
▲영풍그룹의 계열사인 시그네틱스 해고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영풍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동욱 기자 toto@)

영풍그룹의 계열사인 시그네틱스 생산 정규직 근로자들은 지난 20년 간 네 차례나 해고 당한 뒤 복직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맹추위에도 한 달에 여섯 차례 영풍 본사, 시그네틱스 안산공장을 번갈아가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그네틱스는 2022년 11월 손해배상 혐의로 이들을 고소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명예훼손ㆍ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종결했지만, 손해배상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윤민례 민주노총 금속노조 시그네틱스 분회장은 “한번은 영풍그룹의 반도체 회계담당 관계자를 만났는데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며 “영풍이 ‘위로금 얼마면 되겠느냐’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닌 일자리”라고 말했다.

영풍은 2015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대표이사와 석포제련소 소장에 박영민 부사장과 배상윤 부사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장 고문의 아들이자 영풍 지분의 16.9%를 가진 최대주주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는 임원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장 코리아써키트 대표의 부친인 장 고문 역시 법적 책임과는 무관한 ‘고문’으로만 등재돼 있다.

하지만 이들 오너 일가는 영풍을 통해 고액의 배당금은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영풍은 최근 3년 동안 주당 1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장 코리아써키트 대표는 지난해 영풍 배당금으로 31억 원을, 동생인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는 2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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