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조별 예선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던 한국 축구 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황희찬, 김진수이 그라운드로 돌아왔고,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문제는 홈팀 경기를 방불케 할 경기장 분위기다.
한국 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AFC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16강 진출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밟았다. 당초 한국팀은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 등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팀들과 한 조에 묶이면서 조 1위로 16강행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은 바레인과의 경기에서만 단 1승만 가져오며, 조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요르단,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는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한국은 공격과 수비, 모든 부문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는데 특히 수비에서는 상대의 역습에 매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 개인 역량에만 기댄 수비 조직력은 모래알 같은 모습이었다. 일본 ‘풋볼 채널’은 “2경기에서 무득점에 끝났던 말레이시아가 한국과의 경기에서 3골을 넣은 것은 수비에 문제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실점을 거듭하는 이유는 팀적인 수비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라며 ”그 가운데 수비의 중심인 김민재가 고군분투하는 장면도 있다. 실제로 그가 없으면 수비가 더 붕괴되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대 이하의 실력으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팀의 주력 멤버인 황희찬과 김진수가 복귀한 것이다. 황희찬과 김진수 모두 대표팀이 카타르에 입성하기 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훈련에서 각각 왼쪽 엉덩이와 왼쪽 종아리에 부상을 당했다.
이미 이들은 지난 25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후반 2-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 교체 투입돼, 충분히 회복된 컨디션을 보였다. 당시 황희찬은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끌어내 손흥민 등 공격수들이 치고 들어갈 공간을 만들었고, 김진수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상대 왼쪽 수비를 흔들었다.
황희찬은 좌우 측면과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데다 이번 시즌 최고의 골감각을 보이고 있다. 김진수는 왼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이 뛰어나고 크로스가 날카롭다. 또 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 헤더까지 해내는 다양한 공격 재능을 갖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황희찬과 김진수가 복귀한 것이 한국 대표팀에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반겼다.
한국 대표팀은 ‘토너먼트 모드’에 들어갔다. 이전까지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쯤 훈련을 진행한 한국 대표팀은, 16강 경기 시간에 맞춰 당분간 오후에 훈련할 예정이다.
그간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이곳 시간으로 오후 2시 30분에 킥오프했다. 이에 오전 시간 훈련을 진행했던 한국 대표팀도 훈련 시간 변화 없이 오전 훈련을 이어왔다. 하지만 사우디와 16강전은 비교적 늦은 시각인 오후 7시에 킥오프한다. 이에 따라 28일부터 훈련은 오후 4시께 시작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결승까지 있는 것이었다. 토너먼트부터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우승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여러분들도 같이 믿어주시고 끝까지 함께 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사우디 홈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현지 분위기다. 중동 지역의 축구 팬들은 중동 지역 국가의 경기가 있을 경우 국적을 가리지 않고 같은 지역의 팀을 응원한다. 실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도 모로코가 아랍 국가로는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자 아랍 축구 팬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연합해 모로코를 응원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경기장 분위기 등에서 우리가 좀 불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우디 축구 팬이 3만명 정도는 경기장에 올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 또한 축구의 일부”라고 말했다.
한국과 사우디의 경기는 30일 오후 7시(한국시간 31일 오전 1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