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식 ‘이해타산 정책’ 대비를

11월 대통령 선거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에 이어서 1월 23일 뉴햄프셔에서도 공화당 후보 지명 경쟁에서 연승을 거뒀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낮았다는 점에서 그가 무당파 등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동표를 끌어들이지 못해 패배한 2020년 대선과 자신이 추천한 후보가 잇따라 패배한 2022년 중간선거의 전철을 11월 대선에서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재선을 노리고 출마한 역대 현직 대통령을 제외하면 공화당 후보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두 주에서 연승을 거둔 사례는 없다. 그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고,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자리·호혜무역·산업정책 강력 추진

트럼프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에 강하다는 이미지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이력은 그에게 ‘냉철한 사업가’, ‘강인한 협상가’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는 미국의 실업률이나 GDP 증가율을 근거로 미국경제가 좋다고 판단하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 내의 분위기는 정반대인 상황이다.예를 들어 2023년 11월 미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59%로 집계된 반면, 경제문제에 있어서 67%의 응답자가 바이든 정부가 경제정책을 다루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이슈를 선거 승리를 위해 공략하고 있는 트럼프 진영은 트럼프 당선 시 어떤 경제정책을 펴게 될까.

가장 먼저 트럼프 진영은 미국인을 생산자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고 그 다음으로 소비자로 봐야한다고 설명한다. 즉 좋은 일자리, 높은 임금, 튼튼한 가정이 무역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주의자는 자유 무역주의자라는 통념이 있으나 이것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이야기한다. 세계화가 오히려 혼란과 파괴를 낳았다고 주장하며, 보수주의자들은 전통적인 가치와 제도를 지키고, 사회 구조를 보존하며, 가족과 공동체가 번영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관세, 인프라 투자, 보조금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다시 한번 강력한 중산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체평가다.

둘째로는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이야기한다. 특히 관세의 활용과 시장 접근 제한이 핵심이다. 더 이상 미국 시장에 대한 더 큰 접근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은 해외 진출을 위해 더 많은 국내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대신, 미국에 대규모 지속적인 흑자를 내고있는 국가들이 미국 제품에 대한 시장을 개방하도록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으로의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해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수입품에 대해 신중하게 계산된 관세를 부과하여 무역 전반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도 취하겠다고 한다.

셋째는 ‘산업정책’의 적극적 추진이다. 전략 부문의 기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과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보조금을 기꺼이 사용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남부, 중서부 지역의 중소기업을 구제하고 노동계급을 공화당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입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내 석유, 석탄 산업의 신규 채굴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 철폐하고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풍력, 태양광 등 녹색혁명 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은 후퇴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국회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IRA를 없애기는 힘들겠지만 실행을 행정적으로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 등 녹색사업 국가지원 후퇴할 듯

넷째는 강력한 대중국 정책이다. 트럼프 진영은 현재 바이든 정부가 ‘적국’인 중국의 경제와 군대를 건설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미국은 양국 경제를 전략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시작하여 무역과 투자가 균형 잡히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때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전히 중국과의 경제 통합이나 파트너십을 주장하는 사람은 지지를 받을 자격이 없으며 보수주의자가 아니라고 상당히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트럼프가 1기에서 한미 FTA 개정을 이뤄낸 것을 자신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선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가 당선되더라도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가 현재 경제통상 및 대중국 정책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들의 강도가 상당히 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우리 정부나 기업이 그의 이해타산적 정책성향을 고려한 치밀한 준비를 한다고 해서 손해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