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원가보다 낮은 에너지 가격을 적정원가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을 공식화했다.
이는 정부 정책을 그동안 '가격 통제' 중심의 에너지대책에서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가격조정'을 통한 수요 관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고유가 대응을 위한 에너지수요관리대책'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에너지 수요를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초점은 주로 가정과 수송분야에 맞춰졌다. 에너지 다소비업종 중심이 산업구조는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단기간의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게 지경부의 판단이다.
지경부측은 "가정·수송부문의 에너지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나 그동안의 정부대책은 산업부문에 치중했다"며 "산업부문은 구조조정 외에는 단기적으로 획기적인 에너지절감이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상승하자 일단 상대적으로 손대기 쉬운 분야부터 에너지 절감 대책을 만들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우선 원료비연도제 도입 등을 통해 원가보다 낮은 에너지 가격을 적정원가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전기의 경우 이달 중 '전기요금체계 개선계획'을 수립해 비효율이 심하고 원가보상률이 낮은 부문부터 우선 인상할 계획이다. 도시가스도 연료비 연동제 복귀를 통해 적정원가 수준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지경부는 국제 유가 등이 10% 상승할 경우 원가 연동제를 통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각각 5%, 9%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에 따른 수요감소로 8억20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제품에 대해선 소비세 과세를 강화키로해 가계 부문에서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또 전기·가스요금 고지서에 누진제 단가와 전년 대비 사용량 증감 등 내역이 같이 표시되고, 에너지효율 등급에 전기요금과 유류비용이 병기된다.
자동차는 연비개선에 대책이 집중됐다.
정부는 추진목표를 오는 2012년까지 평균연비를 16.5% 개선하고, 2015년까지는 연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방침이다. 현재 대외공표 및 개선명령만 시행되던 연비 기준 위반 업체에게는 과태료·벌금 등이 부과된다.
또한 유로5 기준을 만족하는 '클린디젤차' 보급 확대를 위해 환경개선 부담금을 100% 면제하고, 그 기간의 한정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돼 9월경 결정할 방침이다.
지경부는 향후 5년간 1500억원의 저우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해 매년 자동차 연비를 5%씩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러티 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연료전지차·전기차 공통핵심부품 조기개발로 그린카 양산일정을 단축할 예정이며 스마트 그리드사업고 연계한 충전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아울러 에너지 다소비 기업 및 대형건물에 대해 정부가 기업.건물주와 에너지사용 목표를 정하는 '목표관리제'도 도입된다.
가전제품에는 에너지효율이 가장 우수한 제품을 목표효율로 정하고 일정 기간 이후 업계 평균이 목표효율 이상이 되도록 관리하는 `탑 러너(Top Runner)'제도가 도입된다.
상업용 냉장고 등으로 에너지 최저효율대상품목이 확대되고, 최저효율기준은 연차적으로 상향조정된다.
이밖에 지경부 내 에너지절약국을 신설하고 농식품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부처에 전담과를 신설해 효율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지경부는 관계부처의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너지 수요관리대책의 세부이행계획을 산업, 수송, 건물 등 세부 분야별로 마련해 7월말까지 확정, 시행할 계획이다.
김영학 지경부 2차관은 "이번 대책은 에너지절약대책이 그동안 단발성으로 운용됐던 것을 벗어나 앞으로 장기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