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중국 부동산 시장, 새 ‘충격파’…홍콩 법원, 헝다그룹 청산 명령

입력 2024-01-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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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있는 구조조정 계획 진전 부족”
자산 대부분 중국 본토에…당국 의지에 진행 여부 달려
2021년 디폴트로 부동산 위기 진원지 몰락
444조원으로 전 세계 부동산업체 중 최다 부채

홍콩 고등법원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영문명 에버그란데)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중국의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은 새로운 충격파를 맞게 됐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헝다는 1년 반 넘도록 충분한 소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법적 정리에 해당하는 청산을 명령했다. 설득력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제안하는 데 있어 명백히 진척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헝다는 법원이 지정한 임시 청산인의 지도에 따라 채무 정리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이마저도 난항을 겪을 경우 회사 자체가 해산될 가능성도 있다.

홍콩 법원은 중국 본토와는 다른 절차를 통해 채권 회수를 진행하려는 해외 채권자들의 신청을 인정했다. 하지만 헝다의 자산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처분 등을 위해서는 본토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중국 당국의 의지에 따라 진행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헝다가 법원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청산 여부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헝다 측은 이날 명령이 나온 후 정상적 경영과 채무 해결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샤오언 헝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입장문을 통해 “향후 어려움과 문제에 맞서 모든 합법적 조치를 취하고, 국내외 채권자의 합법적 권익 보장을 전제로 그룹 업무의 정상적 경영을 점진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997년 설립된 헝다는 중국 부동산 산업을 대표하는 민간 기업이었다. 전국 280여 개 도시에서 1300개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으며, 고용된 직원 수가 25만 명에 달했다. 한때는 창업자인 쉬자인이 2017년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와 마화텅 텐센트 회장을 누르고 중국 최고 부자에 올랐을 정도였다. 미국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서 122위에 오를 정도로 매출 기준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꼽혔다.

▲중국 난징의 한 아파트에 헝다그룹 로고가 걸려 있다. 홍콩 법원은 29일 헝다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렸다. 난징(중국)/AFP연합뉴스
▲중국 난징의 한 아파트에 헝다그룹 로고가 걸려 있다. 홍콩 법원은 29일 헝다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렸다. 난징(중국)/AFP연합뉴스
하지만 2021년 말 역외채권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시작으로 주택 건설 중단, 프로젝트 폐지, 하도급 업체 공사 대금 미지급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로 전락했다. 작년 6월 말 기준 총부채는 무려 2조3900억 위안(약 444조 원), 채무 초과액은 6442억 위안에 달한다. 헝다는 전 세계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 청산 명령은 이미 취약한 중국 부동산 시장과 자본 시장에 전방위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명령은 홍콩증시에 상장된 헝다 주가에 충격파를 던져 이날 거래 중단 전까지 주가가 20% 폭락했다”며 “사면초가에 빠진 중국 부동산 부문과 경기회복에 의구심을 품는 금융 시장에도 반향을 일으킬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커지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홍콩 법원의 판결은 중국 금융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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