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전기차 시장, 정면돌파 나서는 ‘현대차·기아’ [기획]

입력 2024-01-30 15:07 수정 2024-01-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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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세 둔화에도 현대차·기아 적극 투자
생산 역량 확충, 보급형 전기차 출시로 정면돌파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 30만 대, 27만 대로 높여

▲현대자동차, 기아 양재 사옥 외관.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기아 양재 사옥 외관.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위기가 기회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은 더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이 전기차 투자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가운데, 오히려 생산 역량을 늘리고 지속적으로 신차를 출시해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역발상이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당초 2025년 상반기 중 가동 예정이었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앞당겼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만큼 현지 생산 체계를 빠르게 갖추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다.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ㆍ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9만434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2022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62.6% 급증하며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새로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부터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는 중이다.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로 현대차가 29년 만에 짓는 국내 신공장이다. 약 2조 원이 신규 투자되며 2025년 완공, 2026년 1분기부터 양산을 계획 중이다. 생산 능력은 연간 20만 대다.

신형 전기차 모델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캐스퍼 일렉트릭을, 기아는 올해부터 EV3, EV4, EV5 등 중저가형 모델을 연이어 출시한다. 높은 가격대가 전기차 성장에 걸림돌로 지목된 만큼 가격대를 낮춰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기아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위해 수익성을 일부 희생하는 것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지속적인 판매량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해 “2024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신차를 투입하면서 수익성을 양보해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대응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당분간 수익성보다는 시장을 지키는 데 좀 더 무게를 둬야 하고 일정 부분 필요하다면 가격도 양보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가격 양보’의 경우 딜러 중심 판매 체제를 갖춘 미국 등에 시장에서는 인센티브 확대를 의미한다. 딜러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딜러가 자체적인 할인 폭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신차 출시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올해 전기차 판매량 목표치도 전년 대비 높였다.

현대차는 2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로 30만 대를 제시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전기차 시장이) 전체적으로 둔화세를 겪고 있지만 2030년까지 200만 대를 판매하는 목표는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는 약 30만 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판매량 26만8787대 대비 11.6% 늘어난 수치다.

같은 날 기아 역시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량을 5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지역에 핵심 모델을 투입하고 신차를 출시해 판매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성국 기아 IR팀 상무는 “EV9의 북미 판매가 예정돼 있고 EV3도 글로벌 판매가 예정돼있다”며 “50% 이상 EV(전기차) 물량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가 지난해 18만2000대를 판매한 점을 고려하면 약 27만 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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