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머스크, 세계 최대 부호 타이틀 잃을 위기…법원 “74조 임금 패키지 무효”

입력 2024-01-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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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사회가 임금 부당하게 책정”
9주 보유 소액주주 문제 제기 받아들여
친동생 포함 이사회 머스크 임금 결정
머스크 “상급 법원에 즉각 항소할 것”
테슬라 주가 올들어 23% 하락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임금이 과도하게 책정됐고 이사회의 결정 과정도 부적절했다고 판결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임금이 과도하게 책정됐고 이사회의 결정 과정도 부적절했다고 판결했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부호’라는 타이틀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미국 법원이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받는 560억 달러(약 74조 원) 규모 임금 패키지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테슬라 주식 9주를 보유한 소액 주주가 “임금이 과도하게 많다”라며 제기한 소송이 출발점이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테슬라 주식 우선매수권을 포함해 560억 달러에 달하는 머스크의 임금 패키지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이에 무효 결정을 내린다”고 판결했다.

캐서린 매코믹 판사는 판결문에서 “그에게 ‘헤아릴 수 없을 만큼(unfathomable)’ 많은 임금을 준 이사회는 물론, 임금 결정 과정(비공개)도 부적절하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2018년 테슬라 이사회는 CEO인 일론 머스크와 10년 계약을 조건으로 ‘560억 달러’ 규모의 임금 패키지를 결정했다.

이후 머스크의 임금이 공개된 2022년 10월 테슬라 소액주주가 이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테슬라 주식 9주를 보유 중이던 리처드 토네타가 “머스크의 임금과 주식옵션 등이 극도로 과도하다”라며 “이사회 결정 과정도 의심스럽다”라고 반발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소송은 머스크가 쥔 스톡옵션이 핵심이다. 소송을 제기한 토네타는 “최대 700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머스크가 먼저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우선 매수권'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문학적인 임금 패키지를 결정한 테슬라 이사회의 문제점과 부적절한 결정 과정도 논란이다.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과 앤드루 바글리노 파워트레인 부사장 등은 머스크의 천문학적인 임금 패키지에 서명했다. 두 사람은 CEO의 임금 패키지를 결정하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이자 구성원이다. 모두 머스크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심지어 머스크의 친동생인 킴벌 머스크 역시 이사회 구성원. CEO의 천문학적 임금을 결정하는 데 힘을 보탰을 것으로 관측된다. 델라웨어 법원은 “임금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번 판결에 앞서 변호인을 통해 “전기자동차 산업에서 나의 엄청난 영향력을 고려해보면 고액 급여가 정당하다”라며 “임금 패키지는 이사회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판결 직후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절대 델라웨어(판결을 내린 법원 소재지)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동시에 즉각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세계 최대 부호로 손꼽힐 만큼 자산이 넘쳤던 머스크의 상황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성장세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테슬라 주가는 상승세를 멈췄다. 또 올해 들어서는 1월에만 주가가 23% 급락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가 3.3%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BBI)를 보면 머스크의 순 자산은 2050억 달러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해 237억 달러 감소하면서 상위 10위 부호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이 줄었다.

2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 회장(1850억 달러)과의 격차도 200억 달러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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