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대규모 손실 사태에 ELS 발행 규모 3개월 연속 감소…위축 지속 불가피

입력 2024-02-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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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이후 ELS 발행 금액 지속 감소…12월 발행액 33% 급감
홍콩H지수 연계 대량 손실 우려 더불어 고금리 기조에 ELS 상품 매력도 하락
은행권 ELS 판매 금지 검토 등에 업계 우려…"타격 불가피"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증권사들의 ELS 발행이 4분기부터 매월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월별 ELS 발행 상위 10개사의 총 ELS 발행금액은 10월 2조9205억 원에서 11월 2조7755억 원, 12월 1조8533억 원, 1월 1조334억 원(30일 기준)으로 매달 감소세가 나타났다.

특히,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 우려가 본격화한 12월은 전월 대비 9202억 원(33.15%) 급감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기간 발행된 ELS에 가장 많이 설정된 기초자산은 9조1600억 원 규모 S&P500이었다. 유로스톡스50이 7조5822억 원어치 설정됐고, 닛케이225(4조3610억 원), 코스피200(2조9445억 원), 홍콩H지수(1조519억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ELS 발행 위축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편,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ELS 상품 자체에 대한 매력이 떨어짐과 더불어 최근 홍콩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4분기 ELS 발행금액은 점차 감소세를 보였는데, 특히 12월에는 홍콩H지수 관련 ELS 만기 손실 상환 문제로 ELS 발행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ELS 발행 잔고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는데, 발행 잔고는 코스피 추세와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경향이 있어 주식시장 상승 추세가 유효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ELS 손실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에서도 예의주시 중인 상황에서 발행액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과 7개 증권사(KB·NH투자·미래에셋·삼성·신한·키움·한국투자) 등 ELS 판매사에 대한 점검을 시행했으며, 2월 중 검사를 마무리 짓고 추가 제도개선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ELS 발행은 위축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당장 홍콩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함에 따라 재발행이 쉽지 않다. 정 연구원은 “홍콩H지수 관련 ELS는 2021년 상반기 발행 물량이 대거 손실을 보면서 만기 상환에 들어간다”며 “이 때문에 관련 ELS는 당분간 발행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은행 창구에서 ELS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그에 앞서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ELS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의 ELS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풋옵션 매도를 하는 상품이 위험하다는 것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며 “금감원 검사 결과와 민원을 분석한 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 발행 당일인 29일과 다음 날인 30일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은 ELS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ELS 시장 위축에 따른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23일 간담회에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당 부분이 (손실) 상환되면 재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ELS 시장은 당연히 축소될 것으로 본다”며 “이 경우 ELS를 대규모로 운용해 자금조달과 주요 수익원으로 삼았던 금융투자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나 최대한 위축 규모를 막아보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투협 관계자는 “은행권 판매 채널이 막히는 부분에 대해 업계 우려가 있다”며 “다만, 금감원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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