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마디에 테마주 된 저PBR주…‘진짜’ 저PBR주를 찾아라 [이슈크래커]

입력 2024-02-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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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전 거래일(2497.09)보다 5.16포인트(0.21%) 내린 2491.93에 개장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99.24)보다 2.98포인트(0.37%) 하락한 796.26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4.6원)보다 0.4원 오른 1335.0원에 출발했다. (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2497.09)보다 5.16포인트(0.21%) 내린 2491.93에 개장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99.24)보다 2.98포인트(0.37%) 하락한 796.26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4.6원)보다 0.4원 오른 1335.0원에 출발했다. (뉴시스)
정부가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나섰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개최하고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를 개혁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증시가 실제 가치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과도한 세제’를 지목하며 개혁 의지를 강조한 건데요. 윤 대통령은 “시장이 디스카운트(저평가)되면 국민연금이 제대로 이익을 창출해나갈 수 없다”며 “사학연금, 국민연금 등 많은 기금의 재산이 제대로 형성되고 구축된다면 그게 결국 국민에게 환원되는 것”이라고 부연했죠.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소액주주 권익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등을 공언한 뒤 금융당국이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골자는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 스스로 주가 부양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또 투자자들에겐 세제 지원을 강화하면서 증시에 도는 자금을 불리겠다는 취지죠.

이후 투자자들은 일제히 ‘수혜주’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실로 최근 크게 들썩이는 종목들이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바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PBR주’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테마로 떠오른 저PBR 종목들…정부 발표로 추가 상승 기대감 ↑

올해 국내 증시는 초라한 출발을 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동안 외로이 내리막길을 달렸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5% 상승한 3만8467.31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고요.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2일 3만6000선을 넘어서며 1990년 이후 약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여줬습니다.

반면 코스피는 지난달 동안 5.96% 하락, 코스닥은 7.77% 하락했습니다. 지난해엔 각종 테마주 열풍이 불었지만, 올해는 그 소식도 어쩐지 잠잠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이 정부의 발표에 쏠린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투자처를 정부 움직임에서 찾겠다는 건데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심은 저PBR주로 집중됐습니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해당 기업의 보유 자산으로 나눈 값입니다. 회사 시총과 자산 수준이 동일하면 PBR이 1배가 됩니다. 즉 PBR 값이 1 미만이라면 회사 자산에 비해 시총이 작다는 뜻으로,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입니다. 저PBR주는 쉽게 말해 돈 많고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이라는 거죠.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시장에서는 저PBR 종목을 ‘테마’로 묶어 부르고 있기도 합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책은 △주주가치 제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수요기반 확충 세 가지를 축으로 두는데요. 대상이 저평가된 기업들이다 보니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PBR이 1배 미만인 종목들로 향하는 겁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흡한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우리 증시의 매력도를 높여 나가겠다”며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사주 제도개선, 불법 공매도 근절 등의 후속 조치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책의 구체적인 방안은 이달 중 발표될 계획입니다.

▲2023년 5월 29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건물 앞에서 시민이 닛케이 225 지수를 보고 있다. (AP/뉴시스)
▲2023년 5월 29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건물 앞에서 시민이 닛케이 225 지수를 보고 있다. (AP/뉴시스)
일본 사례 어땠을까?…“저평가 요소 걷어내면 코스피 3200 전망”

일본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유사한 정책을 먼저 시행한 바 있습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PBR이 1배 미만인 상장사들에 자본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을 세우라면서,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상장폐지까지 할 수 있다고 철퇴를 내렸습니다. 이에 일본 상장사들은 배당 규모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죠.

효과는 극적이었습니다. 지난해 일본 기업 자사주 매입 총액은 8조3000억 엔(약 74조9700억 원), 배당금은 15조6000억 엔(약 140조9200억 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일본 증시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주 친화적인 증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향성엔 전문가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미약한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되기 때문이죠.

신한투자증권은 ‘코스피 1.0x,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상속세’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코스피에서 저평가 요소를 걷어낸다면 PBR 1.2배, PER(주가가 주당 수익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 12배, 코스피 3200 내외를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일본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지급 규모를 확대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4~6월 일본 주식시장에서 6조1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많은 일본 기업이 저평가를 해소하고, PBR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는데요. 그는 “국내 상장사들도 PBR 제고 방안으로 주주환원을 중점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제공=제주은행)
▲(사진제공=제주은행)
저PBR 종목 뭐 있나…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 상승세 뚜렷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동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이미 저PBR주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저PBR 종목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

증권가에서는 구체적으로 현금성 자산, 부채총계, 영업활동현금흐름 등 재무구조가 탄탄한 저PBR 대형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업종은 금융, 자동차, 통신 등입니다.

실로 1일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이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였습니다. 제주은행은 이날 오전 9시 22시 기준 전일 대비 2930원(22.87%) 오른 1만5740원에 거래됐습니다. 제주은행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데요.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에도 주가가 전일 대비 2950원(29.92%)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지난달 30일에도 8.23% 상승 마감해 3일째 상승 기류를 타고 있습니다.

제주은행은 국내 은행주 중 시총이 4000억 원 수준으로 가장 작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지만, 저PBR 종목으로 언급되면서 최근 일주일 새 40% 넘게 급등했죠.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DG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이 개장 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삼성생명,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보험주 역시 빨간불을 켜고 있죠.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효과에 힘입은 저PBR주 상승의 수혜로 은행주가 지목되고 있다”며 “그간 높은 이익체력 및 수익성 유지에도 각종 규제, 낮은 배당 성향 등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으나 자본효율성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투영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PBR이 1을 밑도는 현대백화점(0.24배), 이마트(0.18배)도 이날 전일 대비 각각 7.99%, 1.67% 상승 마감했습니다. 올해 들어 내내 50만 원대를 오가던 태광산업 주가는 최근 일주일 동안 55% 급등하면서 장중 90만 원을 찍기도 했죠.

저PBR주에 투심이 집중되면서 1일 코스피가 상승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5.37포인트(1.82%) 오른 2542.46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업종별로는 금융(5.39%)과 유통(4.519%), 전기가스업(3.27%) 등이 상승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긍정적 측면 있겠지만”…옥석 가려내기 필요해

증권가에서는 저PBR 종목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금융당국이 일본의 성공 사례를 모방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처럼 정책에 대한 정부 입장이 강경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사야 할 종목들을 찍어준 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가치주 펀드를 내놓는 운용사들도 ‘최대 수혜주’ 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투자하는 건 여느 테마주 ‘투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로 유가증권시장에서 PBR 1배 미만인 종목은 540여 개에 달합니다. PBR이 1배 미만일 뿐 아니라 △양호한 현금흐름 △높은 배당 확대 가능성 △낮은 부채비율 △높은 자사주 매입 가능성 등 조건을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죠.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수급적으로나 한국증시의 체질 개선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일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의 사례에서도 분명 ‘증시 부양책’이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이 정책만으로 일본증시가 랠리한 건지에 대해선 모호한 측면이 있다. 현재 시점에선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저PBR주에서도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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