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영화 그 너머의 메시지

입력 2024-02-02 05:00 수정 2024-02-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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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이 13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현재 역대 흥행 순위 8위이니 3위 안에 들 수도 있겠다. 바로 얼마 전에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은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 중 ‘국제시장’ ‘택시운전사’ ‘변호인’ ‘1987’ ‘화려한 휴가’ 등 흥행 성공작이 꽤 된다. 우리 대한민국이 얼마나 가파른 역사의 언덕을 넘어왔는지 이런 영화 몇 편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영화가 두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정치권력을 자신만이 갖고 그것을 또 영구히 가지려고 한 박정희와 전두환 두 전 대통령의 욕망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는지 영화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왜 민주주의가 필요한지 또한 바로 알 수 있다.

박정희 장군이 대통령이 된 이후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했던 것은 경제개발 논리였다. ‘근대화’와 ‘공업입국’과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란 캐치프레이즈는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을 할 수 있도록, 유신시대에 접어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저달러·저유가·저금리라는 3저의 호황은 전두환 대통령을 도와주었다. 스포츠, 섹스, 스크린의 머릿글자를 모은 3S정책은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 장군도 대통령이 되게 하였다. 1980년대는 프로야구, 주간지, 비디오가 상업화를 넘어 산업화가 된 시대였다.

그 과정에서 죽은 대학생 박종철과 이한열의 이름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지만 실로 많은 이들이 죽었다.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행방불명된 이들, 군대 의문사, 분신자살한 이들의 이름은 가족 외에는 모를 것이다.

정부 수립 이후 참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또 넘기며 얻어낸 것이 의회 민주주의다. 즉,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것이다.

의회로 간 정치인들은 국민의 위임을 받은 것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5년 동안 우리를 잘 좀 다스려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동안 국사가 수능시험에서 선택과목이 되는 바람에 국사를 전혀 공부하지 않은 세대가 생겨났는데 그들도 영화를 두세 편만 보면 우리나라 현대사가 얼마나 폭력과 광기로 얼룩져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 공부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훈을 주어야 할 텐데, 과연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4·19혁명 직후 부모형제 살인사건이 있었음을 학생들이 알고 있을까? 이강석은 이승만 정부의 국회의장 이기붕과 박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이승만의 양자로 입적되었다.

육군 소위 이강석은 친부가 부정선거를 주도하고 양부가 혁명으로 하야하자 친부와 친어머니 박마리아, 동생 이강욱 등 온 가족을 총으로 쏴 죽인 뒤 자신도 자살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가. 초대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욕심이 빚어낸 일이다. 이 일을 교훈 삼아 통치자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결국 박정희의 아들 박지만과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이 마약에 손을 대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총선이 실시된다.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정권심판론과 정권안정론이 대립하고 있지만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을 가려내는 우리의 눈이 문제다. 이 눈이 흐려지면 영화들이 들려준 역사의 교훈은 쓸모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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