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고교학점제’…"무전공 확대·자사고 존치와 ‘부조화’ 우려"

입력 2024-02-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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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선택 중심 고교학점제와 전공선택권 확대 무전공 입학 ‘충돌’”
“자사고 존치, 일반고서도 다양한 교육과정 가능…고교학점제 무색”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전국 고교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가운데 최근 교육부가 대학 무전공(자유전공) 선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교육과정에 '엇박자'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교육계에서 나온다. 또 앞서 정부가 확정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존치가 고교학점제 정책과의 부조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전공 확대, 고교 진로탐색 과정 어렵게 할 수 있어"…교육과정 파행 '우려'

6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과나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입학하는 '무전공 입학제'가 대폭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진로 선택 중심의 고교학점제와 전공선택권을 확대하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무전공 선발 확대가 배치되는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각자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도록 고안된 제도다. 대학 강의처럼 학생 개개인이 듣고 싶은 교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전공 입학의 확대가 고등학교의 진로 탐색 과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종학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해송고 교사)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전공 적합성에 따른 과목 선택 등이 중요한데 대학 입학한 순간 다시 전공 적합성이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승후 대화고 교사도 “학생이 진로 관심에 따라 과목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고교학점제, 2015·2022 교육과정 등으로 전공을 구체화했는데 갑자기 대입에서는 무전공 입학을 맞게 되는 셈”이라며 “결국 고교 현장 역시 대입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고교 교육과정의 파행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사고 존치ㆍ내신 5등급 체계 맞물려 고교학점제 취지 무색해질 것"

고교학점제와 충돌하고 있는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폐지하겠다는 정책을 4년 만에 없던 일로 선회했다. 교육부는 자사고 등을 존치하는 대신 사회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은 입학생 20%를 지역인재로 선발토록 의무화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내년부터 자사고 등 특목고를 둔 상태에서 내신을 5등급 체계로 바꾸게 되면서 이들의 내신 불리함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쏠림 현상이 생길 것”이라면서 “한편으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행하므로 학생들은 점수 따기 좋은 과목으로 몰리기 때문에 고교학점제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정부가 말하는 자사고 존치의 가장 큰 의미는 고교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이다”라며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일반고에서도 이런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해 자사고가 남아 있어야 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최대 25% 이상 무전공 선발을 하는 대학에 재정지원 규모를 늘리는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무전공 선발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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